청와대가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위원회 내부출신의 정재찬 전 부위원장(58세·행시 21회)을 택한 배경에는 수장 교체에 따른 업무차질을 최소화하려는 배경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된 정 후보자는 23년간 공정위에서만 공직생활 경력을 쌓은 정통 공정거래관료다. 보통 위원장은 ‘외부인사’, 부위원장은 ‘내부인사’ 몫으로 여겨지는 공정위에서 내부출신이 위원장 자리에 오르는 것은 2003년 퇴임한 이남기 전 위원장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내부관료 출신 정 후보자의 최대 강점은 공정위 업무 전반을 손바닥 보듯 파악할 수 있는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이다. 내부관료 출신의 위원장 발탁은 이번 인사의 초점이 수장교체에 따른 변화보다 ‘조직안정’에 방점을 두겠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한편으로는 노대래 현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의표명에 따라 다소 급하게 이뤄졌다는 얘기도 된다. 실제 공정위 내에서도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새 위원장 후보는 물론 위원장 교체 여부조차도 알지 못했다. 정 후보자도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명 당일에야 국무총리의 전화를 받고 지명 사실을 알게 돼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사전교감이 없던 인사가 단행되는 만큼 그에 따른 혼란도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관가에서는 정 후보자의 관운(官運)이 좋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청와대로서는 누군가는 임명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택폭이 제한적이었다”며 “정권초 한만수 후보자의 낙마사례로 법무법인 소속 인사들이 배제됐기 때문에 전문성을 가진 후보군이 넓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정 후보자는 그동안 공직 생활을 하면서 소신을 굽히지 않아 한직으로 밀려났을 정도로 강직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융통성과 정무감각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공정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