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엔화가치 급락 때문에 한국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 통화 가치도 동반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엔저와 함께 투자자들이 아시아 통화에 대한 투자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특히 한국 원화가 엔저 직격타를 맞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엔화는 일본은행(BOJ)의 ‘깜짝’ 경기부양 카드에 힘입어 가파른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말 BOJ는 연간 본원통화 확대 규모를 종전 60조~70조 엔에서 80조 엔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후 엔화 가치는 4.7% 떨어졌다.
20일 엔화 가치는 가파른 하락세를 이어갔다. 런던외환시장에서 달러ㆍ엔 환율은 장 초반 118.98엔으로 119엔에 육박하며 지난 2007년 8월 이후 7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로ㆍ엔 환율도 149.14엔으로 지난 2008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한국과 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자국의 수출산업을 보호하고자 일본에 발맞춰 경쟁적으로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트릴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엔저의 최대 피해자는 한국 원화라고 WSJ는 전했다. 실제로 BOJ가 추가부양책을 전격 발표한 지난달 31일 이후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3.7% 밀렸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1115.1원으로 종가 기준 1년 3개월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자연스레 자동차에서부터 IT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일본에 밀리게 됐다는 평가다.
슈뢰더투자관리의 라지브 드 멜로 아시아 채권 부문 대표는 “현재 엔화 움직임의 폭은 믿기 힘들 정도”라면서 “우리는 엔화가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드 멜로 대표는 한국 국채 투자 비중을 줄였으며 싱가포르에 대해서는 신중히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들 아시아 국가들이 투자와 무역 면에서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어 엔화와 함께 이들 나라 통화가치도 떨어지는 “엔 블록(yen block)”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WSJ는 최근 지난 100일간 한국 원화와 일본 엔화의 연관성을 수치화한 결과 0.91까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0~1을 기준으로 숫자가 높을수록 두 통화의 연관성이 크다는 뜻이다. 이 수치는 불과 9월 초만 해도 0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