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전 부사장은 검찰에 출두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다. 그의 아버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자식을 잘못 키운 아버지의 죄”라며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고 조직문화 개선을 약속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을 바라보는 냉담한 시선과 격앙된 분위기는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비판적 보도는 끝없이 양산되고, 일부 온라인상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뜬소문들까지 ‘땅콩 회항’ 사태의 뒷이야기처럼 꾸며져 나돌면서 여론에 기름을 붓고 있다.
물론 조 전 부사장의 잘못된 행동과 태도에 대해 처벌이 따라야함은 부정할 여지가 없다. 마음대로 비행기를 돌린 행동은 법에 따라 단호한 처벌이 내려져야 함은 당연하다. 또 사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대한항공 역시 변화를 요구하고 비판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이를 넘어 섬뜩함까지 느껴진다. 마치 마녀사냥과 진배없다. 비난의 화살이 조 전 부사장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항공의 사업과 다른 재벌 3~4세에게까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죄를 지었으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으면 된다. 상식을 넘는 여론 비판은 결코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
이같은 사례가 대한항공의 상호를 회수해야 한다는 주장과 대한항공이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호텔 건립과 연관된 관광진흥법 개정이다. 일단 정부에서 대한항공 사명은 사적 재산인 만큼 강제할 수 없다고 해명했지만, 46년간 유지해 온 사명을 일순간 바꾸라는 것은 대한항공의 문을 닫으라는 것과 진배없다.
또 개정안이 통과되어야 대한항공이 추진할 수 있는 경복궁 옆 호텔 건립도 역풍을 맞고 있다. 성난 민심에 떠밀려 관광진흥법 개정 자체를 미루는 것은 우리나라 서비스산업 육성과 경제 활성화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 없다.
이번 일로 대한항공이 문을 닫거나 기존 사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고 해보자. 1만8000여 대한항공 임직원들과 그들이 부양할 가족들의 생계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또 그간 대한항공이 부담했던 여객과 화물 운송 등 물류에서 발생할 문제와 그로 말미암아 국내 항공 산업을 잠식할 외국 항공사들의 공세는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나라 경제의 득실을 떠나,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할 때다.
개인의 잘못을 감싸주려 했던 대한항공에 대한 일부 제재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개인의 잘못을 회사의 책임으로 돌려 2만여명에 가까운 일반 임직원들이 나눠서 지라고 강제하는 것 역시 불합리하다.
이제는 사건에 상응하는 책임을 충분히 지고, 대한항공이 약속한 대로 한 단계 더 성숙한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지켜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