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공공기관 인건비를 3.8% 인상하기로 했다. 다만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공공기관별로 임금 인상률을 2~5%대에서 차등화한다는 방침이다. 벌써부터 사내인상폭이 가장 작을 것으로 예상되는 금융공기업들은 반발에 나섰다.
정부는 또 최근의 저금리 추세를 감안해 공기업 사내금로복지기금 출연금 한도도 높여주기로 했다. 공기업 방만경영이 현재진행형인 상황에서 정부가 공공기관 배불리기만 신경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23일 제24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15년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편성지침’을 확정했다.
지침에 따르면 정부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내년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 공공기관의 총 인건비 인상률을 공무원 보수 인상률과 동일한 3.8%로 설정했다. 이같은 인상률은 지난 2012년 이후 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공공기관 임금 평균 상승률은 2010년 동결 이후 2011년 4.1%로 올랐다가 2012년 3.0%, 2013년 2.8%, 2014년1.7%로 계속 낮아졌다.
정부가 공무원에 이어 공공기관 임금을 내년에 전격 인상하기로 한 배경에는 공공부문 사기 진작도 있지만, 사회 전반에 임금 상승 분위기를 띄워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공공부문의 임금 인상이 민간기업으로도 이어져 가계의 소득과 소비 여력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임금 인상을 통해 소득을 증가시켜야 한다고 하기엔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아 정부의 적극적인 임금 인상 의지와 달리 아직 민간기업들이 임금을 올릴지는 의문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산업별 특성과 임금수준을 고려해 고임금ㆍ저임금 기관으로 구분해 2.8~5.3%로 인상률에 차등을 두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산업별 평균의 110% 이상, 공공기관 평균의 12% 이상의 임금을 받는 경우 평균보다 1.0%포인트 낮춘 2.8%의 임금인상률이 적용된다. 반면 임금이 산업별 평균의 90% 이하인 경우, 공공기간 평균보다 70% 이하면 임금인상률은 1.0%포인트 높은 4.8%가 되며, 60%이하는 1.5%포인트 높은 5.3%가 된다.
기재부는 또 방만경영을 바로 잡기 위해 공공기관 정상화계획 등으로 폐지된 항목과 비슷한 제도를 도입하거나 감액된 항목의 증액을 금지해 복리후생비를 1900억원 가량 줄이기로 했다. 올해말까지 방만경영 정상화계획을 이행하지 못한 기관은 인건비도 동결한다. 다만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금 상한은 1인당 기금누적액 2000만원에서 2500만원으로 500만원 올려주기로 했다. 출연율 기준 구간도 3개에서 5개로 확대한다.
배경은 최근 저금리 추세에 운용수익이 급감한 만큼 기금 한도를 증액해 안정적인 복지사업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지만 공공기관들이 방만 경영과 부채 해소를 위해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해야 함에도 사내 복지 특혜를 늘려주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이번 예산편성 지침에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고 경력직 채용을 활성화한다는 방안도 담겨 있다. 정년연장에 따른 인건비 증가와 인사적체ㆍ신규채용 감소 등의 문제 해결 차원에서 공공기관 임금피크제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총 인건비 인상률 범위 내에서 자율적인 제도 설계를 허용하고, 임금피크제와 관련한 별도 정원을 인정해 신규채용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정부는 공공기관들이 비정규직을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비정규직의 고용여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예산을 편성했다. 내년에만 5197명이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활될 예정이다.
부채 감축을 위해선 중장기재무관리 계획에 따라 내년도 부채비율이 210% 수준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했다. 정부는 지난해 232%, 올해 220% 수준인 이 비율을 내년 210%, 2016년 200% 정도로 낮춰갈 계획이다. 아울러 대규모 투자사업 추진시 예비타당성 조사 이후 총사업비가 30% 이상 증액된 경우 타당성 재조사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또 내년 도입되는 공사채 총량제를 준수하고 공공기관 부채를 발생 원인별로 구분해 재무상황을 관리하는 구분회계 정보도 산출해 부채감축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확정된 예산편성 지침에 따라 각 공공기관은 내년 예산안을 확정하고 이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알리오)에 공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