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그룹이 매출의 일등공신 ‘쿠션’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LG생활건강과 4년째 지겨운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대 화장품기업 로레알그룹과의 소송전도 앞두고 있다. 쿠션이 대체 뭐길래 아모레퍼시픽그룹이 ‘돈과 시간’을 들여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일까.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아이오페가 2008년 메이크업 제품 ‘에어쿠션’을 시장에 처음 내놓았을 때, 소비자들은 궁금증에 사로잡혔다. 지금까지 봤던 고체형도, 액체형 제품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팩트 용기에 액체형 제품이 담겨진 이 제품은 고체형과 액체형의 단점을 모두 해결하면서 빠른 입소문과 함께 대박으로 이어졌다.
아모레퍼시픽의 헤라, 라네즈도 잇따라 쿠션 제품을 쏟아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쿠션 제품은 무려 2500만개나 팔렸고 누적 매출은 1조원에 육박했다.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은 쿠션은 혁신 기술상도 휩쓸었다. 2012년 대한민국 기술대상 우수상, 2013년 차세대 세계 일류상품, 2014년 IR52 장영실상을 받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쿠션의 미투(Me-too·모방) 제품이 쏟아져나왔다. 2012년 아모레퍼시픽은 LG생활건강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LG생활건강의 손을 들어줬다. 아모레퍼시픽은 스펀지 경도를 달리해서 새 특허를 등록하고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지난해 10월 아모레퍼시픽이 승소했고, 이에 LG생활건강 측이 불복하며 사건은 현재 특허법원으로 넘어갔다. 특허법원 결정은 올 상반기쯤 나올 전망이다.
국내 시장에서 지겨운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사이에 세계 1위 화장품 기업 로레알그룹의 브랜드 랑콤도 쿠션 제품 ‘미라클 쿠션’을 출시했다. 미라클 쿠션은 프랑스 현지에서 45유로(약 5만4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국내 출시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모레퍼시픽은 법적 대응을 예고하는 초강수를 뒀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랑콤의 쿠션제품을 분석한 결과 특허권 침해로 판명되면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시정이 안되면 법적 절차를 밟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형 브랜드인 랑콤이 이 시장에 본격 진출할 경우, 아모레퍼시픽의 글로벌 사업 확대는 차질이 불가피하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국내를 비롯한 중국, 미국, 일본, 유럽 등에 쿠션 제품 관련 특허 114건을 출원했으며, 특허 등록은 한국, 중국, 미국, 일본 등에 13건을 마무리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랑콤뿐만 아니라 LVMH그룹 계열 화장품 브랜드 크리스찬 디올도 비슷한 형태의 제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며 “쿠션을 지키기 위한 아모레퍼시픽의 힘겨운 싸움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쏟아지는 미투 제품에 대해 특허로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은 만큼, 해외 브랜드 대응 전략을 새롭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