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일본계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서울지점에서 일본인 간부가 한국인 여직원을 성희롱했다는 고발장을 접수하고 진상 조사를 벌이고 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 가운데 고용부로부터 성희롱 혐의로 사측이 조사를 받는 것은 사실상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서울지점이 처음이다.
13일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접수한 직장 내 성희롱 고발장 내용에 따르면, 최근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소속 일본인 간부 A씨가 서울지점 소속 여직원과 회식을 마친 후 탑승한 택시 안에서 몸을 강제로 만진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피해 여직원은 서울 시내 한 대학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서울지방청은 사건 고발장이 접수된 만큼, 다음주 피해 여직원이 입원해 있는 병원에 근로감독관을 보내 성희롱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이후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일본인 A씨를 불러 진술을 듣고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택시 운전기사도 참고인으로 소환할 계획이다.
'남녀고용평등법 제2조제2항'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은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해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이나 그밖의 요구 등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신고가 접수돼 근로감독관 조사를 거쳐 단순 '성희롱'으로 판명되면 사업주가 가해 근로자에 대해 감봉이나 정직, 해고 등 인사상의 징계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만약 이를 어길 경우 사업주는 1000만원 미만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노동법에 따르면 피해 근로자가 성희롱을 당해 가해자에 대한 징계나 근무지 변경 등을 요구한 경우, 오히려 해고나 인사상의 불이익 조치를 받으면 사용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는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모랄헤저드에 노출된 일부 외국계은행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와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외국계은행 내 여성 근로자들이 성희롱을 당해 신고해도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과태료 수준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매년 1회 이상 모든 근로자에게 실시하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지만 사업주의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교육실시 등 예방노력이 미흡한 실정이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오히려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허다하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최근에도 일부 외국계 은행 지점에서 외국인 간부가 한국인 여직원을 성추행 했지만, 관련 간부가 외국 본사로 송환되고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등 한국인 여직원들이 이런 사태에 너무 무방비로 노출됐다"며 "특히 미쓰이스미토모는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메가뱅크인데도 이런 불상사가 벌어지고 사후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충격적"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금융권 고위 관계자도 "이번 사태로 그동안 수면 밑에서 함구하던 사건이 공론화돼서 외국인 간부들의 사고방식 전환은 물론 한국인 여직원들의 근로 환경도 개선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서울지점은 1982년 한국에 진출, 30년 넘는 업력을 자랑하며 지난해 9월말 기준 총 자산 규모가 8조원에 달한다.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미즈호금융은 미쓰비시UFJ금융그룹과 함께 일본 3대 메가뱅크로 꼽히는 세계적인 금융그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