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전문가들이 국내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가설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의 뉴스매체인 ‘사이언스인사이더’는 “환자 한 명이 수십명에게 메르스를 전염시킨 한국 사례가 미스터리”라며 그에 대한 학자들의 추론을 5일(현지시간) 소개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이종구 서울대 글로벌의학센터장은 최초 환자를 치료한 평택성모병원의 열악한 환기시설에 주목했다. 최초 환자가 머물던 병실은 창문이 하나밖에 없고 이마저도 줄곧 닫혀있으며 환기, 배기구도 따로 없는 밀폐된 곳이었다.
이 센터장은 “작은 병실에서 문이 닫힌 채 에어컨이 돌아갔다”며 “병실 공기 중 바이러스 입자 밀도가 매우 높았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평택성모병원의 다른 병실에 있는 에어컨 필터, 문고리, 화장실, 가드레일 등에서도 메르스 바이러스의 조각이 검출됐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메르스를 담당하는 피터 벤 엠바렉 박사도 환기시설을 주목했으나 성급히 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엠바렉 박사는 “확보한 정보가 거의 없어 결론을 도출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조사를 통해 더 구체적 실태를 곧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본 대학의 바이러스 학자인 크리스티안 드로스텐 박사는 열악한 환기시설 하나로 한국의 메르스 확산을 설명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드로스텐 박사는 인체에서 나오는 메르스 바이러스의 양이 환자마다 달랐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연구 결과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사우디에서 조사된 메르스 환자 12명 가운데 몇 명은 호흡 때 다른 환자들보다 훨씬 많은 바이러스를 내뿜은 것으로 조사됐다. 드로스텐 박사는 “한국의 최초 감염자도 그런 환자가 틀림없다”고 말했다.
드로스텐 박사는 최초 환자가 고농도의 바이러스를 뿜은 게 불량한 환기시설과 상승작용을 일으켰다는 가설을 제기했다.
이밖에 미국 미네소타 대학의 전염병 연구·정책 센터장인 마이크 오스티움 박사는 한국의 방역 체계를 거론했다. 오스티움 박사는 “한국은 운이 없었다”며 “미국 뉴욕이나 독일 베를린 같은 곳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사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