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년 반 동안의 뼈아픈 구조조정 끝에 1조원에 육박하는 실탄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는 2013년 12월 발표한 자구안을 100% 이상 초과 달성한 것은 물론, 계획에 없던 사업 부문 매각(유조선) 등이 추가로 이뤄진 결과다.
8일 현대그룹에 따르면 현정은 회장이 2013년 12월 ‘3조3000억원 이상 규모의 고강도 자구계획’을 발표한 이후 1년 6개월 만에 약 8880억원을 추가로 확보, 총 4조1880억원을 마련했다. 여기에 조만간 있을 구조조정으로 1000억원 정도 추가될 예정이어서 머지않아 1조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이 확보될 예정이다.
현대그룹은 앞서 LNG 운송사업부문 매각으로 9700억원, 현대로지스틱스 매각과 부산신항만터미널 교체로 각각 6000억원, 2500억원을 마련했다.
이미 유상증자와 외자 유치를 통해서도 5000억원이 넘는 금액이 확보됐다. △현대상선 유상증자 2373억원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1803억원 △현대상선 외자유치 1170억원 등이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 금융계열사 매각 작업을 현재 진행중이다. 현대 측은 지난 1월 말 이들 금융 3사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오릭스PE를 선정, 7월 말까지 매각 작업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자구안에는 없었지만 추가 사업부문 매각도 진행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현재 보유 중인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3척 중 2척을 1척당 4950만달러에 매각할 예정이어서 1100억원의 금액이 추가로 들어오게 된다.
이처럼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마련된 자발적 고강도 자구안이 기대 이상으로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현대그룹은 재건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다만 선박투자 여력 등 과도한 낙관은 아직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여전히 그룹 차원에서 갚아야 할 돈들이 남아있다는 이유에서다.
류승협 한국신용평가 파트장은 “현대그룹의 재무 여력은 아직 완전히 개선됐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우선 내년 3월 만기 도래하는 유동성장기차입금이 6100억원에 이르며 이외에도 같은 시기 갚아야 하는 금융리스 2400억원, 게다가 올해 말까지 갚아야 하는 회사채와 CP도 5700억원 달하는 등 갚아야 할 돈이 생각보다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현재 3월말 기준 당장 유동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이 5000억원이 넘지만 지속적으로 돈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서 완전히 확보됐다고 볼 수 없다”며 “결과적으로 주 업무인 해운 영업에서 돈을 벌어야 전체적인 재무환경이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