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27일 정부의 소비 촉진 방안에 대해 고가 사치품에 대한 개별소비세 완화는 세제의 누진성과 형평성을 더욱 약화시키는 부자감세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제16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소비촉진을 위한 ‘최근 소비 동향과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대응방안에는 ‘개별소비세의 탄력세율 30% 적용 및 과세 기준가격 조정’ 내용을 담고 있다.
승용차, 대용량 가전제품, 녹용ㆍ로열젤리, 방향용 화장품, 가구, 사진기, 시계, 가방 등 품목이 대상이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개별소비세는 사치세 성격으로 소득재분배 기능 뿐 아니라 외부불경제의 교정적 기능을 갖고 있는 조세제도”라며 “특히 세계적으로 외부불경제 교정적 조세기능을 더욱 강화하는 시점에서 승용차의 외부불경제를 교정하고 있는 개별소비세 완화는 시대를 역행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또한 가방, 사진기 등 고가품에 대한 세금 인하는 소비할 여력이 있는 부자들에게 혜택을 줘 양극화를 가중시키고 개별소비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무력화 시키는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부가가치세를 단일세율로 적용해 부족한 누진성을 보완하고자 개별소비세를 부과하는 상황에서 개별소비세를 인하한다면 취약한 소득재분배 기능이 더욱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가구, 사진기, 시계, 가방 등 200만원을 초과하는 품목은 소위 ‘명품’이라 불리는 고가 사치품에 포함되고, 이를 소비할 수 있는 사람들은 고소득층에 해당하므로, 이런 품목의 소비촉진을 위해 세금을 낮춰주는 것은 고소득층의 소비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방향용 화장품, 즉 향수는 기초 생활 필수재로 보기 어렵고 주요국에서는 부가가치세 경감세율을 적용하는 사례도 없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승용차에 부과한 개별소비세 완화는 승용차를 살 수 있는 특정 계층과 자동차 기업에 대한 혜택이라고 경실련은 지적했다.
경실련은 “승용차의 개별소비세는 구매자가 도로 등 국가가 제공하는 서비스 이용에 대한 대가를 부과하고 공해ㆍ교통혼잡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부담시키는 세목”이라며 “이를 인하한다는 것은 소비촉진이라는 명분하에 승용차 구매자들이 부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을 모든 국민에게 나눠지게 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로 인해 자동차 판매가 늘어난다면, 특정 자동차 기업에 많은 이익이 돌아갈 것이며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의 이익을 도와줄 이유는 없다는 주장이다.
이어 경실련은 “개별소비세 완화는 소비촉진을 명분으로 한 고소득층을 위한 감세 정책으로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정부는 소비촉진을 개별소비세 완화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OECD 가입국 중 두 번째로 최장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있는 근무여건, 근로 빈곤, 소득의 양극화 등 구조적 문제를 우선 해결하고 오히려 조세의 누진성을 강화를 위한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