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000년에 세계 최초의 개방혁신 장터인 기술거래소를 설립한 바 있다. 미국의 체스브로 교수가 개방혁신을 주창하기 무려 3년 전이었다. 공공의 인프라와 민간의 자율성을 융합하기 위해 민관합동 구조로 벤처기업협회가 73억 원이라는 최대의 출자자로 참여했다. 설립 직후 불어닥친 전 세계적 IT 버블 붕괴 여파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2008년에는 전년 대비 60% 성장한 400건의 거래 실적을 달성했다. 이후 2009년 유사 기관 통합 정책으로 기술진흥원에 흡수된 후 기술거래는 40% 하락하고 개방혁신 거래장터의 기능은 사라졌다. 그 결과 한국은 개방혁신 분야의 후진국으로 추락하게 된 것이다.
이제라도 다시 ‘창조경제의 연결고리’인 대기업의 효율과 창업 벤처의 혁신을 결합하는 기술거래소가 부활해야 한다. 여기에서는 M&A, 기술 거래, 특허 거래, 공동 개발, 공동 판매, 인력 유치 등의 다양한 혁신을 거래할 수 있어야 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시장을 통해 발전해 왔다. 기존의 제품과 서비스의 거래에서 다양한 혁신의 거래로 발전하는 것이 창조경제라는 영국의 존 호킨스 교수의 주장을 상기하자.
M&A 활성화에 있어 부정적 요소 중 언론의 부정적 시각 등 문화적 요소와 대기업의 사람 빼가기 등 제도적 요소는 점차 개선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아직도 부활하지 못하고 있다. 18조 원에 달하는 국가연구비와 2조 원에 달하는 창업 지원 자금에서 M&A거래소 설립에 투자할 비용이 없다고 보여지지는 않는다. 100억 원대의 예상 투자에 비해 그 성과는 국가연구지원과 창업지원을 능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2조 원대인 코스닥 상장(IPO) 규모가 벤처 활성화에 따라 2배 증가해 4조 원에 달할 것을 기대해 보자. 미국과 유럽의 경우 M&A를 통해 회수하는 자금이 상장(IPO)의 10배에 달하고 있음을 감안해 보면 한국은 40조 원의 M&A 시장을 기대할 수도 있다. 조금 보수적으로 20조 원의 벤처 자금이 M&A를 통해 순환되는 구조를 만든다면 더 이상 공공 자금의 벤처 투입은 필요 없게 된다. 이것이 바로 선순환 벤처 생태계 구축이고, 고용 문제 해결의 대안이다.
이제 구체적 실천 방안을 강구해 보자. 2000년의 기술거래소를 그대로 부활하는 것은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다. 별도의 기관을 만들지 말고 현재 있는 조직들을 최대한 활용하고, 필요한 제도 개선과 초기 마중물형 재정 지원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지금 M&A 지원기관은 없는 것이 아니라 많아도 너무 많다. 기술보증기금, 중소기업진흥공단, 코트라, 산업은행 등 공공기관과 삼일회계법인, 벤처기업협회, 한국M&A거래소, 페녹스 코리아 등 민간 조직들도 있다. 그러나 어느 조직도 시장의 임계량 돌파에 미흡하다. 공공기관은 다양한 거래의 유연성이 부족하고, 민간은 국가 단위의 기술과 기업 정보 구축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결국 민간과 공공의 개방 플랫폼 구조가 대안이 된다.
기술보증기금이 보유한 기업 정보와 공공 연구소의 기술 정보들은 공공의 인프라로 제공되고, 벤처기업협회의 네이버, 카카오, 넥슨과 같은 리딩 벤처와 1000억 원 매출 벤처들이 전경련과 같이 구매자로 나서는 구조라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민간 딜러들이 신뢰 아래 거래를 중개하는 구조를 제안한다. 물론 위임장 기반의 정보보호와 비밀유지는 필수적으로 결혼 중매와 비슷한 구조가 될 것이다. 더 많은 참여자들을 위해 기술거래, 사업 협력도 포함한 다양한 개방혁신에 창조경제혁신센터들이 주체로 참여한다면 더욱 바람직하다. 창조경제의 연결고리, M&A거래소 설립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