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의 성적장학금 폐지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염재호 총장이 "장학금이 우수한 성적에 대한 보상이 되어선 안된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염재호 총장은 14일 서울 안암동 본관 3층 회의실에서 열린 '미래인재 육성 기금' 주제의 장학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동안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지급하던 학점 기준의 기계적 지급은 문제가 많았으며 '필요기반'의 장학금이 진정한 장학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고려대가 발표한 장학제도 개편안은 '가장 필요한 학생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소득분위에서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1-2분위) 학생들은 기존 국가장학금의 최대 수준인 480만원과 교내장학금으로 등록금의 100%를 면제받게 된다. 이 중 기초생활수급자 학생들은 30만원 가량의 특별생활 지원금 명목의 생활비를 추가로 지급받게 되며 기숙사 역시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차상위계층은 '근로장학생' 선발에서 우선권을 준다. 등록금 마련을 위해 생계활동에 뛰어들어 학업을 중단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게 이번 개편안을 만든 철학이라고 염 총장을 전했다.
이에 따라 학교 측은 기존 재학생들에 지급하던 23억원 규모 성적장학금을 2016년 신입생을 마지막으로 중단한다. 내년도 신입생들의 성적장학금이 이미 예정되어 있는 만큼 이들에게는 약속한 장학금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고려대의 장학제도는 크게 자유장학금(자치와 자율), 정의장학금(필요기반), 진리장학금(프로그램 기반) 3종류로 나뉜다. 자유장학금은 학생의 자치활동 장학금과 근로장학금으로 구성되며 정의장학금은 경제가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학업에 전념할 수 있게 하는 장학금, 즉 생계 곤란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이다. 진리장학금은 학업과 연구 성취도를 높이기 위해 학생들 스스로 비전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 기반 장학금이다.
이 중 프로그램 기반 장학금인 진리장학금에 기존에 재학생들이 받아오던 성적장학금의 대부분이 투입된다.
이 개편안은 2016학년부터 적용되며 학교 측은 100억원 상당의 장학기금을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