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기 둔화로 글로벌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세계 2위 경제국인 중국의 불확실한 상황이 전 세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명하다. 신흥국은 물론 올 들어 비교적 견실한 성장세를 보였던 미국 등 선진국도 흔들리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달 초 중국발 신흥국 경기둔화를 이유로 올해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3%에서 3.1%로 낮췄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선진국 성장률 전망치가 종전 2.1%에서 2.0%로, 개발도상국과 신흥국은 4.2%에서 4.0%로 각각 하향 조정됐다.
신흥국은 세계 최대 자원 소비국인 중국의 수요 둔화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우려 등으로 올해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자국 통화 가치가 급락해 칠레와 페루 등 중남미 국가들은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했다. 앞서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 8월 기록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를 실시하자 베트남과 카자흐스탄 등 다른 신흥국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자본유출도 심해지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해 주요 30개 신흥국의 자본 순유출 규모는 5400억 달러(약 605조원7700억원)로 예상된다.
선진국도 비상이 걸린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미국 산업생산은 글로벌 경기둔화와 강달러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전월 대비 0.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1% 증가해 시장 전망을 밑돌았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지난 8월 산업생산도 전월 대비 0.5% 감소했다. 일본은 최근 경제지표 부진 속에 3분기 GDP 성장률이 연율 마이너스(-)1%를 기록해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됐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중국을 필두로 한 신흥국 경기둔화다. 애덤 슬레이터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신흥시장의 둔화가 선진국에도 충격을 주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며 “신흥국은 최근 10년 중 대부분의 시기에서 세계 경제성장에 매우 긍정적 역할을 했으나 이제 그런 기여는 모두 사라졌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신흥국 경기둔화와 원자재 가격 하락, 미국 금리인상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미국 주택버블 붕괴와 유럽 재정위기에 이어 글로벌 금융위기의 신흥국발 ‘제3의 물결’이 일고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