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산자원 ‘공유의 비극’ 자율관리어업으로 넘는다

입력 2015-11-04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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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는 목초지는 자신의 소에 더 많은 풀을 먹이려는 개인의 욕심 때문에 금방 황폐화된다는 ‘공유의 비극’은 1968년 발표 이래 경제학의 기본 전제가 되었다.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합리적 개인의 선택이 공동체를 비극으로 몰고 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유의 비극은 전 세계 바다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공유의 비극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개입과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우리 정부는 수산자원 감소를 막기 위해 수산자원 보호구역을 설정하고, 총어획량 제한, 어선 감척 등 다양한 수단을 강구해 왔다.

그러나 광활한 바다에서의 어업행위는 육상의 타 산업분야보다도 감시ㆍ감독비용이 많이 든다. 조업 특성상 완벽한 단속은 어렵다. 수산자원은 공유자원으로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라는 생각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규제 중심의 수산자원 관리정책은 행정력의 한계와 어업인과의 갈등, 불법어업 등으로 수산자원의 감소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최근 수산자원의 ‘공유의 비극’을 넘을 수 있는 대안으로 협동관리 방식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200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오스트롬(Elinor Ostrom) 교수는 터키의 알라니아 어장 사례를 들며 스스로가 공유자원 사용 관리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의 감시ㆍ집행 역할도 자율적으로 하면서 어장을 지켜낸 공동체 자치관리라는 제3의 모델을 제시했다.

우리나라가 2001년 도입한 ‘자율관리어업’은 그 대표적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어업인 스스로가 어장과 수산자원의 주인이라는 의식으로 공동체를 구성하고, 규약을 정해 자율적으로 수산자원을 관리한다는 자율관리어업은 지속가능한 어업 생산과 어업인의 소득 증대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다. 이를 통해 정부 행정력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으며, 감시를 위해 사용되던 예산은 다른 수산사업의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자율관리어업을 통해 수산자원 회복과 공동체의 소득 증가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면서 참여 공동체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2001년 63개 공동체, 5000여 명의 어업인으로 시작한 자율관리어업은 이제 1086개소, 7만여 명의 어업인이 참여하는 새로운 어촌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외적 성장보다 더욱 고무적인 성과는 어업인의 의식 전환과 어촌 활성화다. 어업인들은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가 아니라 ‘내 어장과 자원을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자율관리어업은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활력을 잃어가던 어촌 구성원들이 함께 어장 청소, 치어 방류, 금어기 준수, 불법어업 자율감시 등의 활동을 하는 구심점이 되어 어촌을 활성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해양수산부는 이러한 자율관리어업의 성과를 지속하고, 더 많은 공동체가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 수단을 마련 중이다.

과학적 자원조사를 통해 공동체별로 어업인이 중심이 되는 어장관리 방안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돕는 한편, 공동 수역을 관리할 수 있는 광역공동체 결성 및 지원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공동체를 잘 이끌어 갈 수 있는 미래의 젊은 어촌지도자 육성도 중요한 과제다. 자율관리어업 지도자를 중심으로 참여어업 공동체의 자긍심을 높이고, 이들의 역량 제고를 위한 교육을 확대해 나가는 등 자율관리어업의 실질적 성장도 유도할 계획이다.

지난주 ‘자율관리어업 전국대회’ 축제의 한마당이 성황리에 끝났다. 수산자원 ‘공유의 비극’을 넘는 제3의 자치, 자율관리어업이 어촌사회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어촌 혁신운동이 되기를 기대한다. 또 다른 분야로 확산되기를 희망한다. 우리 어업인들의 이 같은 노력에 국민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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