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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농사를 정본(政本), 정치의 근본이라고 했다. 농위국본(農爲國本), 농업이 국정의 근본이라는 말도 있다. 천자문의 ‘치본어농 무자가색(治本於農 務玆稼穡)’과 통한다. ‘농사짓는 일을 나라의 근본으로 삼아 씨 뿌리고 거두기에 힘쓴다’는 뜻이다.
고려가 망하자 숨어버린 두문동(杜門洞) 칠십이현(七十二賢) 중에 원천석(元天錫• 330∼?)이라는 분이 있다. “흥망이 유수(有數)하니 만월대도 추초(秋草)로다/오백 년 왕업이 목적(牧笛)에 부쳤으니/석양에 지나는 객이 눈물겨워하노라”라는 시조를 쓴 사람이다. 그의 시 ‘즉사(卽事)’에 “치본어농은 정치의 맨 먼저 할 일/성군이 쟁기를 쥐고 몸소 밭을 가네”[治本於農政所先 聖君躬秉耒耕田]라는 구절이 있다. ‘태평한 세상에 몸소 밭을 간다’는 성세궁경(聖世躬耕)을 그리워한 시인 것 같다.
왕이 직접 농사를 짓는 것을 친경(親耕), 왕비가 직접 누에를 치는 것을 친잠(親蠶)이라고 했다. 왕이든 누구든 몸소 씨 뿌리고 농사를 짓는 것은 궁경가색(躬耕稼穡)이다. 노계(蘆溪) 박인로(朴仁老•1561~1642)의 누항사(陋巷詞)에도 “궁경가색(躬耕稼穡)이 내 분(分)인 줄 알리로다”라는 말이 나온다. ‘치본어농 무자가색’ 중에서 무자가색에 대해서는 5월 2일자에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