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유가 하락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전달 경로를 보면 우선 수입단가 하락으로 교역조건이 개선되고,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증가시킨다. 실질 구매력 상승은 소비 증가로 이어진다.
기업에는 생산비용 감소를 가져와 수익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항공과 운수업 등은 수혜가 기대된다.
또한 유가 하락이 세계 물가를 하락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세계 경기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궁극적으로는 한국 제품을 수입하는 국가의 실질 구매력이 높아지는 셈이어서 우리 제품에 대한 수요가 확대돼 수출이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가계의 구매력이 증가하더라도 소비를 안 하고 저축을 하는 등 소비 증대로 명확하게 이어지지 않거나 수 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분석도 있다.
윤인대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저유가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세계 경제가 호조세인지, 둔화세인지에 따라 효과의 폭이 달라진다”며 “통상 세계 경기가 회복세이거나 호조세이면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나, 둔화세를 보이거나 신흥국 중심 경기 침체라면 긍정적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대외 경제 여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윤 과장은 “시차가 있긴 하지만 지난해 10월 부터 유가가 급락하고 있음에도 아직 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지금의 유가 하락은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보다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수출 부진을 가속화시킬 수 있어서다.
김성태 KDI 연구위원은 “최근 유가가 하락한 것은 세계경제 성장 둔화(수요)라기보다는 과잉공급 때문이다”라며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이 늘어났다는 의미는 우리 같은 원유 수입국엔 긍정적인 요인임에 틀림없다”고 밝혔다.
다만 김 연구위원은 “세계경기가 안 좋아진다면 우리 수출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유가하락 영향을 상쇄할 것이다. 유가 효과가 플러스인지 마이너스인지 말하기 힘들다”고 했다.
수출은 올들어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한 가운데 1~10월 중 대(對)중동 수출은 10.8% 감소했다. 중동 등에서의 해외건설 수주도 작년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중국의 경기둔화와 신흥국 위기가 겹칠 경우 한국도 파장을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지금은 저유가 때문에 수출이 안 되고 있다”면서 “세계적으로 유효 수요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수출 단가가 아무리 싸져도 수출 물량이 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과장은 “국제유가가 지난해보다 절반 정도 떨어져 산유국 중심으로 경제 체력 저하가 된 상황”이라며 “앞으로 유가 하락이 더 진행되면 산유국 자금 유출 등에 이어 내년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추가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