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산업 구조조정이 한창인 가운데 유화업계 관계자가 토로한 푸념이다. 대내외 영업 여건이 힘든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데도 정부는 오히려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족쇄만 한층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올해 들어서만 손실이 5조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는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를 위해 산업은행 2조6000억 원, 수은 1조6000억 원 등 총 4조2000억 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을 결정했다. 또 STX조선해양 등 오랜 기간 적자로 힘든 조선사에 1조 원 규모의 공적자금 투입을 검토하고 있다. 조선업이 주력산업이라는 판단이 주효했다.
옆 동네(?) 상황을 지켜보는 유화업계는 서럽기만 하다. 유화산업이 잘되라고 고사를 지내주기는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정부가 재는 뿌리지 말아 달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낸 유화업계는 올해 실적 개선을 이뤘지만 앞으로의 상황이 만만치 않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국의 자급률 상승, 중동과 인도 등의 견제로 미래가 불투명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발적 빅딜(롯데·삼성, 한화·삼성)과 공격적 투자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업계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테레프탈산(TPA) 설비 감축을 독려하는 한편,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관세 부과는 역차별이라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정부는 1996년부터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할당관세를 적용해 왔다. 할당관세는 특정 품목의 가격 안정을 위해 기본 관세율 기준 40%포인트 범위에서 세율을 내려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제도다. 정부는 수입 나프타에 대한 관세가 0%인 점을 고려해 국내에 도입되는 나프타 생산용 원유의 할당관세를 0%로 적용하다 올해 초 1%로 인상했다.
업계는 정부에 나프타 제조용 원유 할당관세를 0%로 조정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정부가 내년에 1%인 할당관세를 2%로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추진한 나프타 제조용 원유 할당관세 연구용역에 따르면 나프타 할당관세 1%포인트 부과 시, 플라스틱 원료인 합성수지는 0.6%포인트, 각종 의류 원료인 합섬원료는 0.72%포인트, 타이어 원재료인 합성고무는 0.7%포인트 등의 상승 요인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인 나프타에 대한 과세가 해당 석유화학산업은 물론이고, 산업 특성상 가공기업인 전방산업에까지 미치는 파급 효과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더군다나 나프타에 과세하는 국가는 우리가 유일하며, 멕시코를 제외하고 원유에도 높은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배출권 거래제, 화평법 등 각종 환경 규제 시행과 더불어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보호벽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세율 조정과 관련해 정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