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이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고른 2015년 ‘올해의 인물’로 꼽혔다.
FT는 13일(현지시간) 메르켈 총리가 무슬림이 대부분인 100만명 이상 난민을 포용하는 정책을 펼쳐 그의 멘토이자 독일 통일, 유로화 탄생을 이끈 헬무트 콜 전 총리만큼 지속적인 유산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신문은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을 중시하던 총리가 사라지고 대신 대담한 신념에 찬 정치가가 나타났다”며 “그의 정책은 아직 어떤 결과가 나올지 불분명한 엄청난 한 수”라고 강조했다.
FT는 메르켈 총리가 지난 7월 그리스 3차 구제금융을 협상을 마치고 나서 수일 뒤 한 지방도시에서 14세의 팔레스타인 소녀를 만난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이 소녀는 가족의 망명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레바논 난민 캠프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메르켈 총리는 “우리는 아프리카에 있는 모든 사람이 여기로 오라고 말할 수 없다. 우리는 대처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해 결국 소녀의 눈물을 쏟게 만들었다. 전국에 생중계된 이 영상에서 메르켈은 냉정하고 심지어 비열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수주 후 메르켈은 수십 만의 난민을 포용하기 시작했다고 FT는 전했다.
현재 난민위기로 집권당인 기독민주당(CDU)에서조차 메르켈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메르켈이 조심성 없이 스키를 타다 눈사태를 초래하려 한다”고 비꼬기도 했다.
지난달 말 기준 올 들어 지금까지 독일로 유입된 난민은 96만5000명에 달해 올해 난민 수가 1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보다 다섯 배 많은 규모다.
독일 유력 일간지 디벨트는 “메르켈이 난민 위기를 해결하면 위대한 독일 총리가 될 것이나 실패하면 지난 10년간 위기 관리자 역할에 그친 것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FT는 이런 평가가 메르켈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한 것이라며 난민 위기에 대한 그의 대응은 유럽을 확실하게 바꿨고 독일은 예전과 같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좋든 나쁘든 신중했던 메르켈 총리가 대담하게 유럽을 바꿔왔으며 설령 그가 실패하더라도 역사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고 신문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