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중국 증시가 폭락을 거듭하자 중국 당국이 연이은 유동성 공급으로 급한 불 끄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1일(현지시간) 역 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발행을 통해 4000억 위안(약 73조 원)을 공급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3년래 최대 규모다. 불안한 주식시장과 위안화 가치 하락, 춘제(설)를 앞두고 자금 수요 확대 등이 대규모 돈 풀기의 주된 이유다.
인민은행의 역 레포를 통한 대규모 유동성 공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인민은행은 새해 벽두부터 중국 증시가 급락, 서킷브레이커 발동으로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자 지난 5일(1300억 위안 공급)을 시작으로 7일(700억 위안), 12일(800억 위안), 14일(1600억 위안) 등 꾸준히 유동성을 공급해왔다.
급한 불 끄기에는 효과는 있었다. 유동성 공급 소식이 나올 때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대체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 같은 돈 풀기는 근본적인 경기 부양책이 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대규모 돈 풀기가 이어지면 정부 부담은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 2008년 중국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4조 위안의 경기부양책을 펼쳤다. 당시 이 부양책의 부담은 지방정부가 떠안아야 했다. 즉 당시 지방정부가 막대한 돈을 빌려서 도로와 아파트, 교량 등 각종 인프라 건설에 투입하면서 중국 경제가 금융위기 여파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러나 제조업 과잉공급과 중복 투자, 부동산시장의 위축 등으로 지방정부 부채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됐다. 하지만 이후 부채 부담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 중국 경제 위기의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경영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2014년 중반 기준 정부와 기업, 가계 등 전 부문에서 중국의 총부채는 28조 달러에 이르렀다. 이는 중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282%에 이르는 수치다.
중국 당국의 시장조작 횟수가 잦아지고 그 범위가 커질수록 시장의 불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될 당시 친(親)시장 정책을 펼쳐나가겠다고 공언했다. 즉 시장개입보다는 시장흐름에 맡기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증시의 급락세가 계속되자 중국정부는 더 ‘대놓고’ 더 빈번하게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개입 약발이 ‘반짝 효과’에 그치면서 중국 정부가 내놓는 부양책의 효과에도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 개입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의 돈 풀기에 시장이 무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규모 위안화 분사는 급한 불 끄기에는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더 ‘큰 것’을 기대하고 있는 시장에는 실망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유동성 공급이 아닌 지급준비율 인하와 같은 좀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편,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현지시간 오후 1시47분 0.88% 하락한 2949.99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