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운전을 하는 국민 중 40.6%가 보복 운전을 당한 바 있고, 14.3%는 보복 운전을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복 운전은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공통적인 문제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유독 심한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유럽과 미국에서 15만km 정도의 운전 경력을 갖고 있으나 그 기간 동안 단 한 차례도 보복 운전이라고 느낄 만한 일을 당해본 적이 없었다. 반면에 국내에서 주변을 돌아보면 보복 운전이라고 할 만한 크고 작은 사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가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세계의 여러 나라가 국가 성장의 롤모델로 삼을 만큼 짧은 기간에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 온 게 사실이다. 길거리 행인들의 깔끔한 차림새를 비롯하여 음식 문화와 주거 환경 등 우리 사회의 생활 환경과 ICT 첨단기술 산업에 이르기까지 어느 선진국 못지않은 경쟁력을 가지게 되었으며 한류의 열풍 또한 멈추지 않고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그러나 후진성을 못 벗어나고 있는 도로상에 만연된 보복 운전 문제만큼은 시급히 척결해야 할 사회적 병폐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우리들은 왜 보복 운전에 취약한 것일까. 대한정신건강의학회가 지적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성인의 절반이 겪고 있다는 분노조절 장애와 관련이 깊은 것일까. 아니면 아직도 미성숙한 우리 교통문화의 후진성 때문일까. 사정이야 어떻든 보복운전은 사회적으로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한다. 운전자가 화가 난 상태에서는 자동차 충돌사고 가능성이 평소보다 열 배가량 높고 졸음 운전이나 주행 중 핸드폰 사용의 위험성보다도 두 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한 보복 운전은 또 다른 보복을 낳는 악순환의 문제도 제기된다.
그러나 보복 운전을 예방하기 위한 묘책은 따로 없는 듯하다.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가 되어 감정을 배제한 운전 환경이 되지 않는 한 근절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법으로 엄하게 처벌하고 단속을 강화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어쩌면 우리들은 도로가 마치 삶의 경쟁의 연장선인 양 각박하게 앞만 보고 달리고 있는 듯하다. 등산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면 금세 산길이 가벼워지는 것처럼 차창 속 내부에 숨어 있는 우리들의 내면을 활짝 열어젖히고 내 주변의 자동차들을 함께 가는 이웃으로 받아들여 양보와 배려로 대접하는 순간 보복 운전이 설 자리는 없어지는 게 아닐까. 운전대만 잡으면 얌전한 사람도 다혈질로 변하게 된다는 우리의 교통문화를 하루빨리 선진화하는 국민적 캠페인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