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생각] 선진사회 발목잡는 보복운전

입력 2016-03-02 10:43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이창운 한국교통연구원장

앞으로는 한순간 화를 못 참는 잘못된 운전 행태가 자칫하면 보복 운전이나 난폭 운전으로 단속되어 엄한 형사 처벌을 받는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겠다. 2월 12일부터 시행한 도로교통법령 개정안은 급정거·급차로 변경 등으로 다른 운전자에게 위협·위해를 가하는 난폭 운전에 대하여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였다. 경찰은 교통범죄수사팀을 신설하는 등 3월 말까지 특별 단속으로 강력한 대응을 하고 있으나 아직도 매일 적발과 신고가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다 하니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운전을 하는 국민 중 40.6%가 보복 운전을 당한 바 있고, 14.3%는 보복 운전을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복 운전은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공통적인 문제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유독 심한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유럽과 미국에서 15만km 정도의 운전 경력을 갖고 있으나 그 기간 동안 단 한 차례도 보복 운전이라고 느낄 만한 일을 당해본 적이 없었다. 반면에 국내에서 주변을 돌아보면 보복 운전이라고 할 만한 크고 작은 사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가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세계의 여러 나라가 국가 성장의 롤모델로 삼을 만큼 짧은 기간에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 온 게 사실이다. 길거리 행인들의 깔끔한 차림새를 비롯하여 음식 문화와 주거 환경 등 우리 사회의 생활 환경과 ICT 첨단기술 산업에 이르기까지 어느 선진국 못지않은 경쟁력을 가지게 되었으며 한류의 열풍 또한 멈추지 않고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그러나 후진성을 못 벗어나고 있는 도로상에 만연된 보복 운전 문제만큼은 시급히 척결해야 할 사회적 병폐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우리들은 왜 보복 운전에 취약한 것일까. 대한정신건강의학회가 지적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성인의 절반이 겪고 있다는 분노조절 장애와 관련이 깊은 것일까. 아니면 아직도 미성숙한 우리 교통문화의 후진성 때문일까. 사정이야 어떻든 보복운전은 사회적으로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한다. 운전자가 화가 난 상태에서는 자동차 충돌사고 가능성이 평소보다 열 배가량 높고 졸음 운전이나 주행 중 핸드폰 사용의 위험성보다도 두 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한 보복 운전은 또 다른 보복을 낳는 악순환의 문제도 제기된다.

그러나 보복 운전을 예방하기 위한 묘책은 따로 없는 듯하다.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가 되어 감정을 배제한 운전 환경이 되지 않는 한 근절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법으로 엄하게 처벌하고 단속을 강화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어쩌면 우리들은 도로가 마치 삶의 경쟁의 연장선인 양 각박하게 앞만 보고 달리고 있는 듯하다. 등산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면 금세 산길이 가벼워지는 것처럼 차창 속 내부에 숨어 있는 우리들의 내면을 활짝 열어젖히고 내 주변의 자동차들을 함께 가는 이웃으로 받아들여 양보와 배려로 대접하는 순간 보복 운전이 설 자리는 없어지는 게 아닐까. 운전대만 잡으면 얌전한 사람도 다혈질로 변하게 된다는 우리의 교통문화를 하루빨리 선진화하는 국민적 캠페인이 필요한 시점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한은 금통위, 2회 연속 인하·부총재 소수의견·1%대 성장 전망 ‘이변 속출’ [종합]
  • ‘900원 vs 150만 원’…군인 월급 격세지감 [그래픽 스토리]
  • ‘고강도 쇄신’ 롯데그룹, CEO 21명 교체…신유열 전무 부사장 승진 [2025 롯데 인사]
  • "출근해야 하는데" 발만 동동…일단락된 '11월 폭설', 끝이 아니다? [이슈크래커]
  • 원·달러 환율, 기준금리 ‘깜짝 인하’에도 오히려 하락
  • 단독 론칭 1년 만에 거래액 1억弗 달성 ‘트롤리고’…내년부터 원화 결제 추진
  • '리플 커플링' 스텔라루멘, 2주간 280% 상승…전고점 뚫나
  • 정몽규, 축구협회장 4선 노린다…허정무와 경선
  • 오늘의 상승종목

  • 11.28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2,902,000
    • -0.8%
    • 이더리움
    • 4,991,000
    • +0%
    • 비트코인 캐시
    • 713,500
    • -0.35%
    • 리플
    • 2,059
    • -0.1%
    • 솔라나
    • 329,300
    • -0.57%
    • 에이다
    • 1,399
    • -1.34%
    • 이오스
    • 1,124
    • -0.88%
    • 트론
    • 284
    • +1.79%
    • 스텔라루멘
    • 669
    • -2.9%
    • 비트코인에스브이
    • 98,400
    • +3.74%
    • 체인링크
    • 24,840
    • -1.66%
    • 샌드박스
    • 839
    • -1.99%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