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물류비 여파”…고질적 관행-소비심리 '찬물' 지적도
최근 식음료업체들이 자사 제품의 가격을 앞다퉈 올리면서 소비자들의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각 업체는 전 세계적인 원재료 가격 급등 및 물류비 상승에 따른 원가 압박에 어쩔 수 없이 가격 인상 카드를 꺼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연쇄 인상 움직임은 소비자 소비 심리를 위축시켜 향후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관련 식품업계에 따르면 내달부터 오리온과 해태제과 등이 가격 인상에 나선다. 먼저 오리온은 다음 달 1일부터 13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0.6% 인상할 예정이다. 오리온은 당초 올해 3월 "연내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으나 연말을 앞두고 기조를 바꾼 것이다. 주요 제품별 인상률은 초코송이 20%, 마켓오 브라우니 10%, 오징어땅콩’ 6.7% 등이다. 투유 초콜릿은 가격 인상 대신 당분간 제품 공급을 중단했다. 다만 초코파이는 이번 인상 품목에서 제외됐다.
또다른 식품사인 해태제과 역시 12월부터 초콜릿 원료 비중이 높은 포키, 홈런볼, 자유시간 등 10개 제품의 가격을 조정해 평균 8.59% 인상한다. 이에 따라 포키(46g)와 홈런볼(46g) 소비자 가격은 1700원에서 각각 200원씩(11.8%) 오른다. 롤리폴리(62g)와 초코픽(45g)은 1700원에서 100원, 자유시간(36g)은 1000원에서 1200원(20% 인상)이 되고, 오예스(360g)는 6000원에서 6600원으로 10% 인상한다.
음료 가격 상향도 줄을 잇고 있다. 농심은 다음달부터 백산수 출고가를 평균 9.9% 올리기로 했다. 탄산음료 웰치스 소다 355㎖ 출고가도 평균 7.6% 인상을 결정했다. 농심 관계자는 “백산수 제조와 수입, 판매에 들어가는 경영 제반 비용이 급증해 출고가 인상을 하게 됐다”며 “해상물류비는 2018년 대비 90% 대폭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식품업계들은 연말 가격 상승 릴레이에 대해 각종 원재료 가격이 급등해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는 가격 상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초콜릿의 주원료인 카카오 국제시세가 최근 2년 동안 네 배 이상 급등했고 견과류도 6년 새 두 배 가까이 올랐다”며 “가격 상승이 지속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에 따라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해태 관계자도 "코코아 등 원재료 가격이 오른 데다 인건비와 물류비, 에너지 비용 등 제반 비용의 상승으로 더 이상 원가 압박을 감내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원가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 움직임이 근본적으로 기업의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지는 의문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궁극적으로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오히려 닫게 만들어 실적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또 매년 연말이 되면 서민 먹거리 가격 인상이 이뤄지는 행태를 두고 식품업계의 고질적 관행이라는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원재료 가격과 물류비 인상 요인에 업체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인상 요인은 소비자들에게 그대로 전가해 물가 부담이 커지면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 돼 오히려 최소한의 소비만 하는 행태로 이어질 수 있어 식품업체들의 기대와 달리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