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집권당으로서 정책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정부에 숟가락만 얹는 행태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 정책을 ‘당정협의’라는 명목으로 마치 당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한 것처럼 성과를 가로채기 일쑤다.
27일 당정협의 직후 일자리 대책의 일환으로 나온 ‘청년·여성 취업연계 강화 방안’만 해도 그렇다. 실효성을 놓고 설왕설래가 있지만, 일자리 문제가 최대 화두인 상황에서 여론의 반응은 다소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새누리당이 아닌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가 협동으로 만든 것이다. 정부는 당정 협의가 있던 전날 이미 출입 기자들에 ‘27일 오전 10시’로 엠바고를 걸어 자료를 뿌린 상태였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27일 아침 일찍 당정협의를 끝내고 오전 9시가 조금 넘어 내용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새누리당의 이런 성과 가로채기는 처음이 아니다. 당정협의 결과로 발표되는 굵직한 정책 대부분이 정부가 공을 들여 탄생한 것임에도 새누리당의 것으로 둔갑한 사례가 많았다.
작년 5월 당정협의 결과물인 제4 이동통신 사업자를 출범과 2만 원대 음성무제한 요금제 출시 등 통신비 인하 대책도 정부와 이동통신사 간 사전 논의를 마친 가운데 새누리당이 숟가락을 얹은 사례다. 심지어 이미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추진해왔던 것을 뒤늦게 정부가 베낀 것이다.
같은 해 12월 전기요금 연체료를 현행 2.5%에서 1.5%로 인하한다는 당정협의 결과도 정부 마련한 방침이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부의 불만도 작지 않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당정이 정책과 성과를 공유하는 것은 맞지만, 당의 일방적인 발표로 정부 자료의 엠바고가 깨지고 일이 꼬인 적이 여러 번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집권당으로서 새누리당의 정책개발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원내대표 선거 때 후보들이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 후보를 고르면서 표 확장성만 고려하다보니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이라며 “정무적 판단이 밝은 경제 전문가가 정책위의장이 되어 진두지휘해야 좋은 정책이 팍팍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