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제조업체들의 기존 현지법인을 현지수출 창구에서 제3국수출 내지 국내수입통로로 변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 모기업의 현지법인 수출에도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자칫 FTA 무용론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전봉걸 교수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김은숙 연구원,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이주용 전문연구원이 17일 공동 발표한 ‘자유무역협정(FTA)이 한국 기업의 기업내 무역에 미친 효과’ 자료에 따르면 양자간 FTA 체결을 전후로 제조업체들의 현지진출 법인이 기존 현지수출 창구에서 제3국 수출 플랫폼이나 원자재 혹은 중간재의 국내 수입통로로 변화했다.
이는 FTA 체결로 체결국가간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이 낮춰지면서 기존 현지법인의 이점이 해소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FTA 체결 이전 현지법인들은 무역장벽 회피 측면에서 현지매출에 대한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보고서는 FTA가 현지법인의 한국매출 규모나 현지매출 대비 한국매출 비중에 유의한 양의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또 현지법인의 제3국매출 규모와 현지매출 대비 제3국매출 비중도 업종에 관계없이 유의한 양의 영향을 줬다고 봤다.
다만 이는 기업들이 FTA 체결국에 생산시설을 확충하면서도 제3국에 있는 생산시설을 폐쇄하거나 신규로 착공하지 않았기 때문일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FTA가 모기업의 현지법인에 대한 매출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보고서는 국내 모기업 제품의 경쟁력이 높지 않거나, 해외 현지법인이 생산하는데 있어 구조적으로 국내 모기업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데 기인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관련해 이주용 한은 전문연구원은 “FTA 이전에 진출한 기업들이 FTA 이후 현지법인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 차원의 연구였다”며 “기업들의 수출변화 등을 직접적으로 다루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과 양자간 FTA를 체결한 국가는 칠레, 미국, 아세안(ASEAN), 호주, 페루,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캐나다, 유럽연합(EU), 싱가포르, 터키, 인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