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증권선물위원회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를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것은 금감원 자본시장조사1국이 공들인 결과였다. 조사1국은 지난해부터 김 회장을 조사했다. 그가 2014년 말 동부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이 회사의 주식을 팔았다는 것이다.
김 회장 관련 의혹은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사건과 맞물리면서 업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최 회장은 한진해운이 자율협약 신청을 발표하기 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 이 회사의 주식을 매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검찰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을 통해 최 회장은 주식 매도 전 안경태 삼일PwC 회장과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사건이 고위층 전반의 도덕적 해이로 번지는 셈이다.
금감원은 전업투자자에 대한 조사도 강화하면서 이들을 잇달아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자본시장조사2국과 특별조사국은 지난 3월과 지난 18일 각각 전업투자자의 시세조종 의혹을 증선위를 통해 검찰 고발했다.
특정한 직업 없이 주식 투자만 전문으로 하는 이들이 작전 세력의 핵심일 것이란 의혹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금감원의 조사를 통해 전업투자자들이 사무실을 개설하고 직원을 고용한 기업형 시세조종에 나선 것이 확인됐다. 코스닥 시장을 중심으로 한 기업형 작전 세력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사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관측되는 대목이다.
증권사의 공매도 관행 조사도 의미가 큰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증권사는 그동안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상장사의 주식을 인수하기 전 관행적으로 공매도했다.
그러나 이 부분 역시 불공정거래 의혹이 짙은 것으로 금융당국은 해석했다. 공매도가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내려 증권사가 싼값에 주식을 인수할 수 있게 해줬다는 것. 이에 증선위는 지난 4월 국내 증권사 직원의 공매도를 시세조종 혐의로 검찰에 통보 조치했다. 블록딜 전 공매도가 불공정거래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당국이 칼을 벼리자 업계의 긴장감은 커졌다. 국내 A증권사 관계자는 “이전에는 관행처럼 해왔던 정보 공유가 최근에 거의 사라졌다”며 “조만간 게이트로 번질 큰 사안이 터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어 알아서 몸을 사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B증권사 관계자는 “센터장, 애널리스트, 브로커 등 전 직군에서 시세조종 혐의가 적발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시장의 자정 노력도 강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분식회계와 기업 구조조정이 화제가 되면서 금융당국의 상장사 조사가 강화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금감원은 상장사의 분식회계 여부를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