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잇단 대주주 ‘먹튀’, 모럴 해저드 어디까지-김미정 자본시장부 기자

입력 2016-05-3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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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본시장 일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있노라면 ‘수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라는 표현이 떠오른다. 이윤은 일부 대주주에게 사유화되고, 손실은 사회화되며 개미들이 떠안는다.

최은영 한진해운 전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과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얘기다. 지난달 주식시장에 수상한 거래가 포착됐다. 지난달 21일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과 두 딸은 보유 중인 한진해운 주식을 18차례에 걸쳐 전량 장내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한진해운 전체 발행주식의 0.39%(96만7927주)로, 시가 31억원 규모였다.

대주주 일가가 보유지분 전량을 일시에 처분하는 것이 흔한 일이 아니라 그 이유에 시장 안팎의 관심이 쏠렸다. 주식 처분 이유는 바로 다음날 드러났다. 한진해운은 같은 달 22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채권단에 한진해운에 대한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당일 한진해운 주가는 7.3% 하락했다. 최 회장 일가가 주식 매각을 시작한 같은 달 5일과 비교하면 주가는 15.6% 급락한 셈이 된다.

최 회장 일가는 자율협약 신청 전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회피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한진해운 내부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로부터 ‘주식을 파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최 회장 측이 사건 발생 직후 “2015년 유수홀딩스와 한진해운 계열 분리 당시 보유지분 매각을 공정거래위원회에 보고한 상태”라며 계획에 따라 이뤄진 일이라고 밝혔지만 석연찮은 해명임이 드러났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역시 지난 2014년 12월 동부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 차명 주식을 대거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 일가와 김준기 회장 모두 절묘한 매도 타이밍으로 손실을 회피했고, 개미들은 주가 하락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봤다. 이제 시시비비는 법의 판단에 달렸다.

그러나 부실 경영으로 회사를 자율협약과 법정관리에 이르게 한 오너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편취했다는 것은 도가 넘은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다. 내부정보를 이용해 수익을 사유화한 데 이어 손실마저 회피한 대주주가 있다면 이제는 도덕적, 법리적 책임을 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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