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에 따르면 6월 3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2016년 국제경쟁력 평가의 ‘회계 및 외부감사의 적절성’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61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회계 자료가 기업의 경영 상태를 객관화한 수치로 보여주는 기초자료라는 점에서 세계 꼴찌 수준의 성적표는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외부감사의 회계 부실 문제에 대한 언론과 국민 여론의 비판도 어느 때보다 거세 보인다. 이는 분식회계가 반복되는 행태를 바로잡기 위한 감시·처벌 시스템 마련에 대한 공감대가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회계법인의 부실감사는 왜 반복되는 것일까? 기업과 회계 감사인들의 윤리의식 부재라는 문제도 지적되지만, 필자는 무엇보다 회사-감사인 간의 구조적 갑을 관계에 그 근본 원인이 있다고 본다. 감사를 받아야 할 회사의 경영진이 직접 감사인을 선임하는 것은 누가 들어도 비상식적인 일이 아닌가! 회계법인은 계약 관계에 있는 회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되고, 경영진이 주주를 속여 부실을 숨기는지 충실히 감시할 수 없게 된다. 정직하게 감사할 경우엔 앞으로의 일감이 떨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는 지난달 11일 감사인의 선임 및 해임 권한을 회사의 경영진이 아닌 독립적인 감사위원회 등으로 이관해 감사인 선임 과정을 투명하게 하고,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감사인을 지정하는 대상 회사를 확대해 감사인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외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한 외감법 개정안은 그동안 회계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유한회사와 대형 비상장주식회사도 외부감사의 대상으로 확대하고, 회계법인을 3년 주기마다 의무적으로 교체하는 내용과 감사인의 회계부실 책임을 회계법인 대표이사에게도 묻는 내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외부감사의 기능을 강화하고, 회계법인과 기업의 유착관계 형성을 방지하도록 함은 물론 감사 품질에 대한 책임성도 높이고자 함이다.
금융당국도 국회에 정부안 제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모쪼록 이번 기회에 회계감사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높여 부실 회계를 최대한 방지할 수 있는 법률이 국회에서 활발히 논의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