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갈림길에 선 독일 최대은행 도이체방크가 자산운용 사업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에 따르면 도이체방크는 자본 확충 방안으로 여러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자산운용 부문 IPO가 선택지에 포함됐다. 다만 도이체방크는 아직 최종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고 FT는 전했다.
도이체방크의 자산운용 부문은 최근 몇 년간 가장 성적이 좋았던 사업부 중 하나다. 운용자산은 7190억 유로에 달하며 기업가치는 80억 유로로 추정된다.
도이체방크는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한 부실 모기지담보증권 대량 판매 혐의로 미국 법무부로부터 최대 140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을 위기에 처했다. 여기에 유럽의 초저금리 기조 여파에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존폐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난달에는 도이체방크가 자산운용 사업부를 전부 또는 일부를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간 헤지펀드들은 도이체방크에 자산운용 부문을 매각해야 한다고 압력을 행사해왔다. 이에 존 크라이언 도이체방크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보내는 성명에서 자산운용 사업부가 비즈니스 모델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남을 것이라며 매각설을 부인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자산운용 부문 소수지분을 상장하면 경영권을 지키면서도 20억∼30억 유로를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상장 계획으로 향후 수익성 측면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나마 실적이 좋은 사업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 자산운용 부문은 올해 상반기 세후 자기자본이익률이 28.5%였다.
한편 크라이언 CEO가 이날 중 미국 법무부와 미팅을 할 예정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현재 크라이언 CEO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례회의 참석차 워싱턴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