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개인 투자자들이 공모형 부동산펀드에 정신이 꼽힌 모양이다. 지난달 하나자산운용사가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300억원 규모의 ‘티마크그랜드호텔 명동’ 투자 부동산펀드가 1시간에 만에 마감된 게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는 초저금리 기조가 지속되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개인들의 여유자금이 부동산펀드로 몰려들고 있다는 얘기다. 실물 투자시장에서 마음에 맞는 상품을 고르기가 쉽지 않자 간접투자 상품인 펀드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소액 투자도 가능한데다 전문가들이 임대 관리와 같은 자산 운용을 잘해 안정적인 수익을 내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다.
반면에 연·기금을 비롯해 금융회사 투자자금으로 운용되는 사모형 부동산펀드는 국내에서는 올 들어 5조9000억원 가량 감소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자산운용사들이 사모 펀드가 감소하자 개인 대상의 공모형 펀드 상품을 적극 내놓은 데 따른 현상 아닌가 싶다.
수익률도 나쁘지 않다. 공모형 부동산펀드 가운데 ‘멀티에셋 건대사랑 특별자산2’와 같은 상품은 연간 수익률이 8%대를 웃돈다. 물론 ‘PAW부동산3’처럼 손실이 나는 펀드도 있지만 말이다.
더욱이 투자지역이 해외인 '한국WWW베트남 부동산개발 특별자산1'은 연간 수익률이 9.2%에 달해 부동산펀드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구미를 당기게 하고 있다.
그렇지만 부동산펀드는 내놓는 상품마다 큰 돈을 벌게 하는 ‘미다스의 손’이 아니다. 잘 못됐을 때 실물 투자의 경우 부동산이라도 남지만 부동산펀드는 쪽박을 차기도 한다.
예를 들어 투자 상품으로 연간 수익률 4%인 주거용 오피스텔과 8%인 부동산펀드가 있다면 어느 것을 택할까.
아마 대부분은 부동산 펀드를 선택하지 싶다. 수익률이 오피스텔보다 두배 높은데다 일정 기간만 지나면 투자 자산 매각을 통해 원금을 되돌려받는 잇점 때문이다.
하지만 외관상의 수익률만 따질 일이 아니다. 잘 나가는 펀드는 높은 수익률이 보장되지만 그런 상품을 찾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운용기간이 끝나 투자한 부동산을 매각할 때 제값을 받지 못하면 원금 손실도 보게 된다.
그동안 국내 오피스건물에 투자해 짭짤한 수익을 내온 자산운용사들이 최근 들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국내 오피스 시장이 그만큼 재미가 없어졌다는 뜻이다. 만족할 만한 수익률이 기대되는 부동산 상품이 귀하다는 소리다.
펀드 모집 때 투자자에게 예상 수익률을 제시하지만 이것은 말 그대로 예상 수치일뿐 보장 수익은 아니다. 7% 수익률이 예상된다고 해놓고 실제 운용 과정에서 이보다 낮게 나와도 어쩔 수 없다는 얘기다.
수익률이 낮아도 자산가치가 상승하면 전체적인 투자 이득은 커진다. 이는 간접투자 상품인 펀드도 그렇고 직접 투자 때도 마찬가지다.
월세용 소형 아파트 수익률이 2% 밖에 안 나온다 해도 5년 후 매각 때 시세차익이 30% 만 생겨도 전체적인 연간 수익률은 8%인 셈이다.
이는 투자 상품을 고를 때 외형적인 수익률만 따질 게 아니라 앞으로의 자산 가치 상승 여부를 더 세밀하게 체크해야 한다는 소리다.
초기에는 공모형 부동산펀드의 수익률이 그런대로 높게 나올지 몰라도 펀드 과잉현상이 벌어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부동산 펀드가 너무 많아지면 매입 때 가격경쟁이 벌어져 매입가 상승으로 수익률은 곤두박질 칠 수밖에 없다.
지금같은 불황이 오래 지속되면 임대 수익률도 떨어져 투자자의 이득도 줄어든다.
부동산펀드를 너무 맹신하지 말라는 얘기다. 불경기 앞에서는 최고의 프로라도 용빼는 재주가 없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