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비선 실세'로 불리며 권한 없이 국정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난 최순실(60) 씨가 31일 검찰에 출석했다.
최 씨는 이날 오후 3시께 검정색 에쿠스 차량으로 청사에 들어왔다.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착용한 최 씨는 몰려든 취재진과 인파에 크게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지 못했다. 중간 중간 손으로 입을 가리기도 했다. 최 씨는 조사실로 향하며 작은 목소리로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짧게 말했다. 검찰청 출입 제한 게이트를 지나면서는 "죄송합니다"라고 말했고, 엘리베이터를 탄 뒤에는 "국민여러분들 죄송합니다"라고 재차 말했다.
최 씨는 현재 형사8부장실(부장검사 한웅재)로 들어갔다. 형사8부는 이번 사건 고소사건을 배당받아 맨 처음 수사를 시작한 곳이다. 현재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자금 흐름 등을 주로 파악하고 있다.
최 씨는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800억 원에 가까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모았다. 최 씨가 기업들에게 기금 출연을 강요했는지, 사적으로 유용한 부분은 없는 지가 조사 대상이다. 특별수사본부는 전날 롯데그룹 소진세 사장 등을 불러 출연금을 낸 대기업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도 시작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강제모금 논란이 일고 있는 SK를 비롯해 삼성과 GS 관계자들도 곧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 씨는 독일 현지에 더블루K와 비덱스포츠 등의 법인을 세워 이곳을 통해 재단 자금을 반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도 적용될 수 있다.
최 씨는 또 대통령 연설문을 포함해 외부 유출이 금지된 청와대 문서 다량을 건네받은 부분도 혐의에 포함될 수 있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14조는 ‘누구든지 무단으로 대통령기록물을 파기·손상·은닉·멸실 또는 유출하거나 국외로 반출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어길 시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최 씨가 청와대에서 생성된 각종 문서를 직접 요구한 사실을 밝힐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