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시간) 대선 기간 앙숙관계였던 실리콘밸리 인사들과 회동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실리콘밸리 혁신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듯 시종일관 우호적인 분위기 연출에 힘쓰는 모습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오후 트럼프 당선인은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과 함께 실리콘밸리 유명 기업들의 수장들을 만났다. 대선 기간 비판을 주고받았던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물론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CEO, 트래비스 칼라닉 우버 CEO, 래리 페이지 알파벳 CEO,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이 이날 회동에 참석했다. 다만 트럼프가 자신의 의견전달 매개체로 애용하고 있는 트위터의 CEO 잭 도시는 이날 불참했다.
이날 트럼프는 회동 초반부터 “여러분이 잘되도록 도와주려고 여기에 있다”면서 실리콘밸리에 우호적인 메시지 전달에 나섰다. 그는 이어 “실리콘밸리를 도와주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준비가 됐다”면서 “여러분들이 엄청난 혁신을 이어갈 수 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또 “국경을 초월한 여러분의 무역을 훨씬 쉽게 해주려고 한다”고도 했다.
실리콘밸리와 트럼프는 대선 기간에 공개적으로 비난을 주고받았다. 외국에서 인재를 채용하는 실리콘밸리에서는 트럼프의 반(反)이민정책을 강력히 비판해왔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정책 역시 애플과 같이 중국에 생산 라인을 둔 IT 기업들에는 반가울 리 없다. 이에 실리콘밸리에서는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공개 지지한 IT 기업 총수도 상당히 많았다. 특히 트럼프는 아이폰 정보 공개를 두고 연방수사국(FBI)의 테러 수사에 비협조적인 애플을 공개 비판하며 애플 제품에 대한 보이콧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아마존의 베조스 CEO에 대해서는 미국 유력 일간 워싱턴포스트(WP)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보수 매체인 WP는 대선 기간 트럼프에 뼈아픈 기사로 그의 지지율을 흔드는 중심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증시에서 트럼프 랠리 수혜를 본 다른 종목들과 달리 유독 IT 종목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일각에서는 이날 트럼프의 화해의 제스처에도 IT 기업의 데이터 암호화와 수입 문제, 이민 정책 등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부딪힐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이날 회동에 앞서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 측은 머스크 테슬라 CEO와 칼라닉 우버 CEO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에 합류해 트럼프 당선인의 자문역을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머스크 역시 대선 기간 트럼프 당선인을 앞장서 비판했던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