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이튿날 코스피가 2002.60까지 오르며 불안감을 떨쳐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고요함도 잠시, 온갖 대외적인 악재에 그대로 반응하는 게 우리 코스피의 민낯이었다. ‘트럼프 기대효과’에 뉴욕 다우지수는 최고치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코스피는 여전히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선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예상대로 금리 인상을 발표하면서 불확실성은 사라졌지만, 향후 금리 인상 수준과 속도를 예상할 수 있는 점도표(dot plot) 상향이 투자심리를 불안하게 했다. 당장 상당수 외국인들이 우리 증시를 빠져나갔으며, 원·달러 환율도 급등했다. 앞으로도 미국의 고금리 정책과 달러 강세로 외국인 자금 이탈이 본격화할 우려가 큰 상황이다.
또 미국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주요 정책으로 내건 트럼프의 공약이 우리나라 등 주요 대미 수출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트럼프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등을 선언한 상태다. 물론 공약이 정책으로 실천 되기까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정책 노선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벌써 우리 증시는 대형주 중심의 수출주가 코스피에 부담을 주고 있다. 중국 등 다른 대미 수출국의 타격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간접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은행은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감소할 경우, 한국의 총수출은 0.36%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수출에서 중국 내수가 확대된 만큼, 중국의 대미 수출 부진이 중국의 경기 악화로 전이될 경우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증시는 신흥국 대비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의 정책 현실화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영향력도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이 같은 요인이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직접적으로 녹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트럼프의 과감한 시도가 국내 경제에 치명타를 줄 수도 있다.
결국 이 모든 상황을 정리해 줄 수 있는 주체는 정부의 리더십이다. 우리나라가 중국처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중국 외교단은 트럼프 당선인 인수위원회 측 인사들과 만나며 의중 파악에 혈안이 돼 있다. 반면 우리 방미 사절단은 최근 미국을 방문하긴 했지만, 뭘 했는지 잘 모르겠다. 주요 현안에 대한 논의가 없는, 그저 방문 자체에 의의를 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리더십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우리 정부의 진중한 고민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