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아파트 청약률이 크게 떨어졌다고 야단이다.
언론에서 더 호들갑을 뜬다. 몇 개월 전에는 아파트 분양시장이 너무 과열돼 걱정이라고 해 놓고 이제는 경기 침체를 우려한다.
청약률이 뭐 길래 말이 많은가.
지난해 중반만 해도 웬만한 아파트 분양단지는 1순위에서도 경쟁이 치열했다. 인기가 좋다 싶으면 몇 백대 1을 기록했으니 당첨되기가 하늘에 별 따기 만큼 어려웠다.
그랬던 청약시장은 지난해 말 이후 급격히 위축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12월 전국 아파트 청약률은 평균 7.5대1로 한달 전인 11월 18.5대1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올 들어 서울에서 첫 분양 아파트인 둔촌동 청호뜨레피움 퍼스트는 1.6%라는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주택이 모자란다는 서울에서 벌어진 일이다.
시장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정부는 뜨거운 분양 현장을 진정시키려고 11.3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던가. 만약 약효가 없었다면 더 강한 규제책이 나왔을 게다.
그래서 청약 경쟁률이 떨어졌다고 과민 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다는 소리다.
예전만큼 재미가 덜하지만 주택시장은 그런대로 돌아가게 돼 있다.
분양이 잘 안되면 업체들이 분양가를 낮추면서 좋은 상품을 개발할 게고 게다가 공급물량이 대폭 줄어 판매는 순조롭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청약률이 아니라 수요자의 관심을 끄는 상품을 내놓는 게 더 중요하다.
집이 없어 못 팔정도로 경기가 좋으면 상품개발에는 신경을 별로 안 쓴다. 적당히 만들어도 분양되기 때문에 불필요한 돈을 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물론 유명 업체는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해 어느 정도 품질 수준을 맞추지만 어떻게든 돈을 적게 들이려는 장사 속은 다르지 않다.
그러나 장소가 좋아야 하고 가격도 싸야만 수요자들이 관심을 보인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지난해 12월 분양한 부산 남천동 금호어울림 더비치가 대표적인 예이다.
침체 기류가 완연한데도 131.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유는 위치가 좋고 분양가도 주변 시세에 비해 싸다는 점이다.
해서 하는 말이다.
불경기라고 호들갑을 떨게 아니라 팔릴 수 있는 주택을 만드는데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한다는 소리다.
이문을 많이 남기려고 분양가를 올린다든가 아니면 위치가 평면 구조나 동 배치가 나쁘면 수요자로부터 외면당하게 돼 있다.
더욱이 시장 상황을 침체 분위기로 몰고 간 것도 주택업체들이다. 공급 과잉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다.
한꺼번에 엄청난 물량을 쏟아냈으니 탈이 날 수밖에 없다.
어차피 주택수요는 줄어들게 돼 있다. 1~2년 전의 호시절은 앞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국내·외 여건을 감안할 때 침체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게 분명하다.
주택업계는 정부의 부양책을 기대할 게 아니라 생존할 수 있는 자구책 마련에 힘쓸 것을 당부하고 싶다.
어쩌면 주택업체 수가 지금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지도 모른다.
그만큼 주택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소리다.
변신만이 생존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