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12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에서 미국은 재협상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동위는 한·미 FTA 체결 이후 이행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매년 열리는 정례회의지만, 이번에는 미국의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열려 관심이 모아졌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 출범과 함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예고한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13일 “한·미 FTA 재협상 등에 관한 이야기는 오가지 않았다”며 “새 정부 출범 후에도 큰 문제없이 지속해서 공동위가 개최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협상에서 한국 정부는 철강 등의 분야에서 미국의 수입 규제가 강화된 데 따른 우리 기업들의 우려를 전달했다. 한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규제 건수는 지난해 12월 말 누적 기준 모두 23건으로 이 가운데 철강·금속 분야 규제가 18건에 달했다. 미국은 지난해에만 한국산 제품에 대한 4건의 반덤핑 조사를 개시했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수출은 2년 연속 ‘마이너스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올해도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경제적 압박을 받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에 반발해 한국 기업에 공개적으로 압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일본은 소녀상 설치에 항의해 통화스와프 협상 중단 등 경제 보복 카드를 꺼내들었다.
앞서 중국 정부는 국내 화장품 19개에 대해 위생허가 등록서증명서 미제출 등을 이유로 수입허가를 내리지 않고 무더기 반송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일부터 11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11차 공식 협상은 소득 없이 마무리됐다.
각국은 상품 협상지침(모델리티·Modality), 서비스 자유화방식, 투자 유보협상 등 핵심 쟁점을 집중 논의했지만 앞으로도 의견을 나누기로 합의하는 데 그쳤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12일 국회 산업위 전체회의에서 중국의 무역보복 논란에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주 장관은 “13일 열리는 한·중 FTA 공동위 회의에서 우리 기업들이 제기하는 사안에 대한 사드와의 연관성을 적절하게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한·중 양국은 올해로 3년 차를 맞는 한·중 FTA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1차 한·중 FTA 공동위를 개최한다.
주 장관이 공식적으로 대응 의지를 밝혔지만 ‘사드 보복’ 문제가 한·중 FTA 공동위에서 논의되긴 힘들 전망이다. 공동위에서 공식 안건으로 상정되려면 양국이 사전에 협의해야 하는데 중국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희박한 탓이다. 따라서 공동위에서는 우리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사실관계를 묻고 비관세장벽 강화에 대한 우려를 전하는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