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주도의 원전 정책에 첫 제동이 걸렸다. 법원이 경북 경주의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계속운전)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국내 원전 운용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적은 비용으로 전력을 계속 생산할 수 있어 원전의 수명 연장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지만, 법원 결정을 계기로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선주자들은 신규 원전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는 7일 월성 1호기 인근에 거주하는 경북 경주시 주민 등 2167명이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를 상대로 제기한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운영변경허가 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월성 원전 1호기는 2012년 11월로 30년 설계 수명이 끝났지만 원안위가 2015년 수명 10년 연장 결정을 하면서 지금까지 35년째 가동되고 있다.
재판부는 원자력안전법령이 요구하는 첫 원전 허가와 수명 연장 때 허가 사항을 비교하는 서류가 제출되지 않았고, 허가 사항을 원안위 과장이 전결로 처리하는 등 적절한 심의·의결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 월성 2호기에 적용된 최신 안전 기술이 1호기에는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을 수명 연장 취소 판결의 이유로 적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월성1호기 가동을 중단해도 전력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월성1호기는 설비 용량 67만9000㎾로, 국내 원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00만㎾급 경수로보다 규모가 작다.
하지만 다른 노후원전들까지 폐쇄되면 수급에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당장은 정부가 올해 내놓을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종료되는 원전은 월성 1호기를 포함해 모두 12기다. 국내 가동 중인 원전 23기의 절반이 넘는 수치다. 올해 6월 고리 1호기의 수명이 종료되고, 2023년에는 고리 2호기 수명이 끝난다. 1977년 준공된 고리 1호기는 2007년에 10년 계속운전 허가를 한 차례 받았다.
원안위는 즉각 항소할 계획이라며 판결 확정 시까지는 가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 가동 중단이나 추가 안전 조치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