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LG실트론 인수에 이어 일본 도시바 반도체 지분인수를 추진하는 등 반도체 산업을 주력으로 육성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지배구조 개편에 관심이 쏠린다. SK그룹이 적극 육성키로 한 반도체 산업의 핵심 축인 SK하이닉스가 직접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서기 위해서는 SK하이닉스를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전환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통신사업 부문과 SK하이닉스 주식을 보유한 투자사업 부문으로의 회사분할을 검토 중이다. 이는 ‘㈜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지분 고리 중 SK하이닉스를 지주사인 ㈜SK의 자회사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SK텔레콤이 보유한 SK하이닉스 주식 1억4610만 주(20.7%)만을 분리해, ㈜SK와의 합병하는 방식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SK하이닉스는 ㈜SK의 손자회사가 아닌, 자회사가 된다.
현재 SK가 반도체를 핵심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LG실트론을 포함해 국내외 반도체 업체에 공격적인 지분투자를 하면서도 SK하이닉스를 M&A 주체로 내세우지 못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자회사를 편입할 때, 대상기업의 지분 100%를 매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SK그룹은 크게 화학·통신·반도체 사업을 주력으로 육성하고 있는데, 이 중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은 지주사인 ㈜SK의 자회사지만 SK하이닉스만이 손자회사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SK그룹의 반도체 소재 수직계열화 전략으로 봤을 때 SK하이닉스를 ㈜SK의 자회사로 두는 지배구조 개편을 점쳤다. 구체적으로는 △SK텔레콤을 SK텔레콤홀딩스(가칭)와 SK텔레콤사업부문(가칭)으로 인적분할 후, ㈜SK와 SK텔레콤홀딩스가 합병하는 방안 △㈜SK와 SK텔레콤을 각각 인적분할 후, 지주사끼리 합병하는 방안 △㈜SK의 사업부문과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지분을 교환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하지만 SK그룹이 자산만 분할하는 방식의 회사분할·합병 카드를 꺼낸 것은 SK텔레콤을 인적분할하는 방식이 최대주주 지분희석 문제가 따르고, ㈜SK의 사업부문과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지분을 교환할 때 ㈜SK 사업부문은 ‘비상장’, SK하이닉스는 ‘상장’이라는 점에서 합병 비율의 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자산분할 방식은 합병 비율 논란 등에서 자유롭고, 2015년에 이미 합병한 SK를 재분할해야 한다는 부담도 없을 뿐 아니라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
다만 이 같은 방식으로 개별 자산만의 회사분할·합병이 가능할지에 대해선 미지수다. 지난 2003년 동원금융지주는 100% 자회사인 동원증권으로부터 주식 등의 자산만 인적분할한 뒤 동원금융지주와 합병하는 분할합병을 추진했다. 하지만 당시 금융당국이 영업을 전제로 하지 않는 회사의 분할합병에 대한 부정적인 해석이 나오면서 합병 계획이 무산된 바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SK그룹 내부에서는 SK하이닉스 지분만 분할해 SK와 합병하는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개별 자산만의 회사분할이 현행법상 가능한 것인지를 놓고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