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오늘(28일) 그룹 쇄신안을 발표한다. 쇄신안의 뼈대는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던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각 계열사가 이사회 중심의 자율경영을 한다는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그룹’이라는 실체가 사라지는 셈이다. 정경유착 근절을 위해 ‘대관’ 조직도 과감히 없애기로 했다.
28일 삼성 관계자는 “오늘 특검이 관계자들을 일괄 기소하면서 수사를 종료하면 미래전략실 해체를 포함한 쇄신안을 곧바로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점은 이날 오후 특검이 정례 브리핑을 마친 직후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먼저 미래전략실이 보유한 7개 팀(전략·기획·인사지원·법무·커뮤니케이션·경영진단·금융일류화지원팀) 중 대관업무를 담당해온 기획팀을 제외한 나머지 팀의 기능은 삼성전자ㆍ생명ㆍ물산 등 3대 주력 계열사로 이관된다.
한때 삼성의 막강한 정보력을 상징하던 대관 부서는 사라진다. 삼성 관계자는 “그룹 소속으로 대관 업무를 담당해온 기획팀은 미래전략실 해체와 동시에 완전 폐지된다”고 밝혔다. 앞으로 각사가 알아서 한다는 게 원칙이지만, 현재 분위기는 계열사 역시 대관 업무를 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래전략실 소속 임직원 200여 명은 원래 소속됐던 계열사로 복귀한다. 미래전략실이 사용하던 삼성 서초동 사옥 5개 층(28ㆍ38ㆍ40ㆍ41ㆍ42층)은 금융 계열사들이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42층에 위치한 이건희 회장 집무실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이며, 이재용 부회장 집무실은 삼성전자 본사가 있는 수원으로 이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전실 해체 후 각 계열사의 이사회 기능은 강화된다. 그룹의 ‘가이드라인’이 없어지는 대신, 각 계열사의 주요 의사결정은 이사회를 통해 이뤄지게 된다. 사장단 및 임원 인사도 계열사 이사회가 직접 맡는다.
삼성이 사실상 ‘그룹’ 지우기에 나서면서 △수요 사장단회의 △신임 임원 만찬 △연말 CEO 세미나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등 그룹 행사도 전격 폐지될 전망이다. 삼성그룹 홈페이지와 블로그, 페이스북 등 온라인상의 흔적도 없애기로 했다.
올 상반기를 마지막으로 그룹 공채도 폐지된다. 앞으로는 계열사가 자체 인력 수급 상황을 고려해 신입이나 경력 사원을 뽑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그룹 공채가 폐지되면, 장기적으로 삼성직무적성검사(GSAT) 등 기존 채용 방식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GSAT 문제를 각 계열사별로 다르게 만들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