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상훈 사장은 최근 인수를 완료한 미국 하만의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상훈 사장은 200조 원 매출의 삼성전자와 함께 7조7000억 원 규모의 하만 안살림도 책임지게 됐다. 이 사장은 지금은 해체된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 출신이다.
이상훈 사장을 비롯해 이영호 부사장(삼성물산), 정광영 전무(삼성전기), 김홍경 전무(삼성SDI) 등 미전실 출신은 각 계열사에서 CFO를 맡아 관리의 삼성을 이끌고 있다. 이들 CFO는 단순히 기업의 재무 총괄 업무에 국한하지 않고 구조조정과 인수ㆍ합병(M&A)에 깊이 관여하는 핵심 경영진이다.
특히 지난 2월 미전실이 해체되면서 각 계열사 CFO의 역할이 더 막중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에는 미전실과의 조율을 통해 주요 의사결정을 내렸다면, 이제는 CEO와의 협의 혹은 CFO끼리의 의사소통이 더 중요해졌다.
삼성 주요 계열사는 기본적으로 엔지니어 출신이 최고경영자(CEO)를, 미전실 출신 임원이 CFO를 맡는 구조로 짜여 있다. CFO 중 상당수는 미전실 가운데서도 전략1팀 혹은 경영진단팀 임원을 거쳤다.
우선 삼성전자는 엔지니어 출신인 권오현ㆍ윤부근ㆍ신종균 사장이 각각 대표이사를 맡고 있고, 이상훈 사장이 CFO로 살림을 책임진다. 이상훈 사장은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사장)을 역임한 재무전략전문가다.
삼성물산에는 공학도 출신 김봉영 리조트부문 사장과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을 거친 이영호 부사장이 있다. 경영진단팀은 ‘삼성 내 암행어사’로 불렸던 미래전략실의 핵심 부서였다.
정광영 삼성전기 전무 역시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에서 임원 생활을 오래했다. 특히 정 전무는 공학도 출신의 CFO라는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삼성전기 CEO인 이윤태 사장 역시 삼성디스플레이 LCD개발실장을 지낸 엔지니어 출신이다.
2015년 말 인사에서 삼성SDI의 CFO로 선임된 김홍경 전무는 미래전략실 전략1팀에서 전자계열사의 사업 재편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이 회사 CEO인 전영현 사장은 반도체 설계기술 전문가로 꼽힌다.
금융계열사는 미래전략실 금융일류화추진팀 출신 임원이 CFO로 활약하고 있다. 삼성생명 CFO인 김대환 전무는 금융일류화추진팀에서 근무하다 승진 후 다시 삼성생명으로 복귀했다. 삼성화재 전용배 부사장은 미래전략실 경영지원팀장 등을 거친 재무통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계열사 CFO들은 CEO에 이은 확고한 ‘넘버2’”라며 “미전실이 없는 상황에서 CFO와 CEO 간의 호흡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