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나왔어도 취업 못하는 고학력 실업자가 지난 1분기 사상 처음 50만 명을 넘어섰다는 통계 분석이 나왔다. 전체 실업자 수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치다. 5·9 장미대선에 도전하는 각 당 대선후보들이 모두 일자리 늘리기를 최우선 경제공약으로 내세운 이유다. 특히 취업난에 시달리는 20~30대 젊은층 표심을 잡기 위한 ‘청년고용 확대’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러나 진단과 해법에 있어선 주자들별로 다른 고민을 갖고 있다. 우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정부 주도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복안을 내놨다. 문 후보는 21조 원을 들여 공공부문 81만 개, 노동시간 단축으로 민간 부문 50만 개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심 후보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최대 70만 개, 중소기업이 정규직을 채용하면 임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10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언했다.
반면 안철수·홍준표·유승민 후보는 시장·기업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공약 포커스를 뒀다. 안 후보는 4차 산업혁명을 통해, 홍 후보는 혁신 강소기업 육성·규제개혁·불합리한 노동 관행 혁파를 통해, 유 후보는 창업 활성화와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일자리 창출과 함께 고용의 질 개선을 위한 노동공약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문 후보는 법정 노동시간인 주 52시간을 준수하고 노동시간 특례업종 및 제외업종을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실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즉 일자리 창출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안 후보는 정당한 사유 없는 비정규직 해고를 ‘제한’하고 중소기업의 대기업 임금 80% 보장 공약을 내세웠고, 홍 후보는 강성 귀족노조 고용세습 등 불합리한 노동 관행 혁파와 편향된 이념의 노조 개혁을 제시하며 대기업·정규직과 중소기업·비정규직의 격차 완화를 위한 노동시장 개혁 추진을 예고했다.
유 후보는 비정규직 총량제 설정을 내세웠다. 캠프 관계자는 “대기업, 공기업, 금융기업 같이 임금지출의 확대 여력이 있는 곳들에 대해 비정규직 사용의 사유를 제한해 정규직 숫자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정규직 문제에 있어 어느 후보보다 전향적인 심 후보는 모든 비정규직 채용 금지와 하청 노동자 임금 개선을 약속했다.
이번 대선에서 후보들은 경쟁적으로 일자리 창출 공약을 내놓았지만 막대한 혈세를 투입해야 하거나 기존 정부에서 하던 정책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문 후보 공약은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릴 경우 임금 외에 공무원 연금 등으로 추가 재원이 필요하지만 구체적인 대안은 제시하지 못했으며 또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채용에 나서게 할 대책도 미흡하다.
안 후보 공약은 민간 부문의 성장이 고용 창출로 바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유 후보 공약은 창업만으로 충분한 일자리를 창출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홍 후보 역시 기업 인센티브 제공 등에 수반되는 예산 문제를 구체적으로 내놓지 못햇으며 공약자체도 기존 정부 정책과 큰 차이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정부와 민간이 함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일자리는 결국 기업이 만드는 것이고 정부는 마중물을 붓는 역할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속적인 일자리 확대를 위해서는 노동시장 구조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는 23일 ‘새 정부에 바라는 경영계 정책건의서’를 통해 “일자리를 가진 근로자 보호에만 치우친 현재 노동법 체계에서 벗어나 미취업 청년과 여성 등 취약계층의 노동시장 신규 진입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