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의 대상으로 이 책을 손에 든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싱글들, 특히 혼자 사는 여성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가이다. 다른 하나는 책 속에 저자가 그린 그림들이 기본을 뛰어넘는 수준작(水準作)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렇게 글에 꼭 맞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책이다. 세상에는 글과 그림 둘 다 가능한 저자가 흔치 않은데, 저자는 두 가지 능력을 모두 갖고 있다.
결혼 적령기의 남녀를 볼 때면, ‘짝을 만나는 매칭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남녀가 만나서 결혼을 하고 해로(偕老)하는 것은 보통 특별한 일이 아니다. 더욱이 장기 불황에 들어간 한국 경제의 상황은 앞으로 오랫동안 결혼 시장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결혼하기 쉽지 않은 세상이 되어 감을 뜻한다.
우리는 “그냥 혼자 살지 뭐”라는 말을 쉽게 한다. 그런 ‘자의 반 타의 반’에 의한 선택이 가져오는 고독감을 이 책은 잘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은 어쩌다 지금 이 순간까지 싱글인 나와, 그대의, 우리의 이야기이다”라는 말처럼 싱글 여성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담백한 자화상을 담고 있다.
“아무도 없는 불 꺼진 집에 들어가면 적막감에 몸서리치거나 독거노인처럼 혼자 쓸쓸히 죽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해 문득문득 결혼을 생각하기도 한다.” 이런 표현은 결혼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와 닿지 않는 심적 상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데 익숙한 사람이다. 이 책을 통해 평소 우리가 눈길을 주지 않았던 사람들의 세상을 엿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싱글들의 삶을 이해하는 일은 그들과 더불어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할 것이다. “김 과장, 왜 결혼을 안 해요?”라고 툭 던지는 상사의 말이 그들에게 얼마나 상처가 되는 일인가를 알도록 도와주는 책이기도 하다. 인품은 상대를 이해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행동과 말에서 나온다. 이런 점에서 혼자인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은 한 인간의 인격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일이다.
△어쩌다 솔로 생활 △뭉클하는 순간 △열정 100도씨 △낭만의 조각들 △그래도 지금은 싱글 등 8가지 짧은 단상들로 구성된 책이다. 싱글들의 눈에는 일상의 장면들도 마음을 파고 든다. 진료 대기실에서 백발이 성성한 부부들을 보면서 저자는 말한다. “우리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아갈 누군가가 있으면 조금 안심이 될까? 복잡한 생각이 드는, 쓸쓸한 그런 날.” 의도하건 하지 않건 본능적으로 그런 장면들이 자주 눈에 들어오는 것을 어떻게 하겠는가.
남프랑스 마노스크를 방문해 보라색이 물결치는 라벤더 언덕을 그린 그림은 그 자체만으로 눈길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행복한 그림을 그려 본다. 그토록 기다리던 그 한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이 문장 속에서 저자의 바람대로 ‘그 한 사람’을 꼭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싱글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