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 공약 이행을 위한 178조 원의 재원 마련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런데 대기업과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한 증세를 계획하고 있어 계층 간 갈등이 예상된다. 대선 당시 제시한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소요 재원은 연평균 35조6000억 원, 5년간 총 178조 원으로 추산했다.
재정지출 절감 등 재정개혁을 통해 연평균 22조4000억 원(5년간 112조 원)의 재원을, 소득세 및 법인세 강화 등 세법개정과 탈루세금 환수, 세외수입 확대 등 세입개혁을 통해 연평균 13조2000억 원(5년간 66조 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세입개혁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는 조세지출 축소, 실효세율 인상을 우선 추진하고 재원이 부족하면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 등 증세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2017년 조세지출 기본계획’에 따르면 올해 국세감면액 37조 원을 수혜자별로 분류하면 개인 감면액 24조9000억 원 중 서민·중산층이 전체의 67.2%인 16조7000억 원, 고소득층이 32.8%인 8조2000억 원의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됐다.
기업은 전체 11조5000억 원의 감면액 중 중소기업에 절반이 넘는 6조7000억 원(58.1%), 대기업을 뜻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에 2조8000억 원(24.4%), 일반기업에 1조4000억 원(12.7%), 중견기업에 6000억 원(4.8%)이 각각 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대기업과 고소득층 국세 감면 규모는 11조 원 정도다. 하지만 이 규모는 줄어든 가능성이 크다.
기재부는 법인세 최저한세율(현재 22%)을 올리거나 대기업 R&D 투자세액공제·고소득자 소득공제, 분리과세 금융소득 한도, 상속·증여세 신고세액공제 등을 각각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에 대한 혜택을 줄이더라도 재원 충당에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 역시 각종 비과세·감면 제도를 수술해 5년간 재원 18조 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2012∼2015년 세법 개정으로 이뤄진 비과세·감면 정비 효과는 6조3000억 원에 불과했다.
최근 증세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찬반이 나뉘지만 고소득자와 대기업 증세에는 찬성률이 높다. 그만큼 증세를 둘러싼 계층 간 갈등이 생길 여지가 큰 셈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지출개혁은 이전 정부에서 내내 했고 더 짤 여력이 없다”며 “소득세, 법인세, 부동산보유세, 부가세 포함해 전체적 조세개혁과 증세 로드맵을 짜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