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오토데이터는 올해 상반기 미국 신차 판매 대수가 전년동기대비 2.1% 줄어든 845만2453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상반기 판매가 줄어든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월간 기준으로도 지난달 미국 신차판매는 3% 감소했다. 이에 오랜 회복세를 누려오던 미국 자동차 시장이 다시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까지 7년 연속 확장세를 보였고, 지난해를 포함해 최근 2년간은 사상 최고 판매 대수를 경신할 정도로 호조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성장 속도가 둔화되더니 급기야 올 들어서는 감소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자동차 대출금리 부담이 커진데다 차량공유서비스 확대되는 등 여러가지 영향으로 신차 판매가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런 자동차 판매 감소세가 자연스럽게 미국 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자동차 산업은 부품에서 판매, 금융에 이르기까지 산업 저변이 넓다는 특징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멕시코 등으로 생산시설을 옮기는 자동차 업체들에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압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대로 판매 감소세가 지속된다면 미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일부 자동차 공장은 생산량과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청에 따르면 자동차 공장 일자리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동차 신차 판매 회복세와 함께 55% 증가해 지난해에는 21만1000명으로 정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들어 자동차 관련 일자리는 2% 줄어든 20만67000명을 기록했다. 컨설팅업체 올리버와이먼의 론 하버 자동차 부문 전문가는 “올해 6개월간 자동차 공장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했으며 앞으로 남은 6개월에 일어날 일로 깜짝 놀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척 스티븐스 제너럴모터스(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수요가 감소하고 있어 올해 미국 자동차 연간 판매가 1700만대를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며 비관했다. 자동차리서치 웹사이트인 켈리블루북오토트레이더를 운영하는 콕스오토모티브의 조나단 스모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자동차 업계는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 추세의 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물론 자동차 신차 판매 감소가 미국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6월 기준으로 미국 전체 신차 판매는 감소했지만 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는 4% 늘어났고, 이런 수요를 맞추기 위해 생산라인이 24시간 3교대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기존 소형차 생산라인을 트럭이나 SUV로 변경하고 있어 일자리 감소는 없다는 게 자동차 업체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일리노이주 벨비디어 공장의 4200명 직원은 수개월간 실직자 신세였다가 최근 업무에 복귀했다. 회사 측이 소형차를 생산하던 이 공장을 SUV 생산 라인으로 교체했기 때문.
그러나 이런 변경만으로 사라지는 일자를 채우기는 역부족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이러한 일자리 감소 조짐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일자리 사수에 열변을 토하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향후 자동차 업계의 딜레마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GM과 포드 등 자동차 회사들은 소형차 수요가 줄면서 이 부문 생산을 미국 밖에서 하려고 생산라인을 옮기고 있다. 업계는 계속 일자리 감소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상황은 차이가 있다. 이에 당국과의 마찰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