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매각이 새로운 분수령을 맞게 됐다. 일본 지지통신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주 고등법원은 14일(현지시간) 웨스턴디지털(WD)이 도시바를 상대로 제기한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 매각 금지 요청에 대해 첫 재판을 연다. 이날 법원이 첫 판결을 내릴 수 있다. 만약 법원이 도시바메모리 매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도시바의 협상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는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내년 3월 말까지 자본잠식 상황을 해소하려는 도시바의 전략에 큰 타격이 된다.
도시바와 욧카이치 공장에서 합작으로 메모리를 생산하는 WD는 “우리의 동의 없이 제삼자에 사업을 매각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며 “이는 합작 계약에 따른 ‘동의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WD는 별도로 제기한 국제중재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매각 절차를 중지시키는 가처분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도시바는 메모리 등 주요 사업은 일본에 본사가 있어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의 관할 밖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WD가 동의권을 확대 해석해 소송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WD는 합작 계약이 캘리포니아 주에서 체결됐기 때문에 소송할 수 있다고 맞받아친 상태다.
동의권은 그 범위가 쟁점이다. 도시바가 지난달 말 우선협상 대상으로 선정한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연합’에 대해, WD는 합작사 기밀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고 문제시했다. 그러나 도시바는 WD가 지적재산권을 포함한 광범위한 동의권을 주장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현재 상황은 대체로 도시바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도시바는 이번 주 전초전에서 패배했다. 캘리포니아 법원이 지난 11일 도시바가 WD와의 마찰에서 비롯된 기밀정보 접근 차단 조치를 해제하라는 명령을 내렸기 때문. 앞서 도시바는 지난달 28일 기밀정보를 부정하게 취득하고 있다는 이유를 대며 WD 측 엔지니어들이 자사 서버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했는데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다. 특히 WD의 손을 들어준 해럴드 칸 판사는 이날 심리도 담당하고 있다.
릿쿄대학의 하야카와 요시노 교수는 “미국 법원은 관할권이 없다는 도시바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매각 금지 가처분 명령이 나올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