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 가스 조작 의혹으로 해외에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가 국내에서는 관련 조치를 준비하지 않고 있어 ‘한국 소비자 홀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독일 다임러 그룹은 18일(현지 시간) 전 유럽에 걸쳐 메르세데스-벤츠 브랜드 디젤 차량 300만 대에 대해 ‘자발적인 서비스 조치’를 하기로 결정했다. 유해가스 배출 절감을 위해 설치한 디젤 차량 엔진 소프트웨어를 무상 정비해주는 사실상의 리콜이다. 대상 차종은 유로5와 유로6 표준이 적용된 디젤 차량으로 약 2억2000만 유로(약 2800억 원)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인 무상 서비스 방식과 시기는 추후 발표한다.
그러나 문제의 엔진이 11만 대 가량 수입·판매된 것으로 알려진 국내에서는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아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에서 리콜을 하는 차량과 같은 엔진을 장착한 차량이 국내에서도 똑같이 판매된 상황이라 국내에서 리콜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비자들이 ‘형평성’ 논란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한국은 벤츠의 글로벌 ‘톱5’ 시장이다. 지난달에는 약 7700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역대 월 최고 판매 기록을 세웠다.
배출가스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벤츠의 엔진은 ‘OM642’와 ‘OM651’로 국내에서는 이 엔진을 탑재한 47종이 환경부 인증을 받았다. 지난해 6월 출시한 ‘신형 E클래스’를 제외하고 벤츠코리아가 판매한 대부분의 디젤차량에 탑재된 엔진이다. 특히 S클래스와 SUV 등 고가 모델에 이 엔진이 적용됐다. 환경부는 독일에서 압수 수색 중인 메르세데스-벤츠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관련 기술 정보를 모으고 있다. 문제의 11만 대 차량에 대해 독일 검찰·국내에서 불법이 확인되면 과징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배출가스 조작 방식은 인증 실험 때만 저감장치를 작동하고 실제 주행에서는 작동하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 디젤게이트 파동을 일으켰던 폭스바겐의 방식과 유사하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유럽에서 하고 있는 자발적 서비스 조치에 대해 관계 당국과 본사가 긴밀히 협의할 예정”이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