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일명 ‘부자증세’ 속도전에 나선다. 정부조직법에 이어 추가경정예산안의 국회 통과로 국정운영의 추동력을 회복한 만큼 증세 논의를 본격화해 100대 국정과제 추진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국정과제 추진 방안이 테이블에 올랐지만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증세에 대한 논의에도 돌입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가 증세논의의 포문을 열었다. 우 원내대표는 “공약이행을 위해선 불요불급한 예산 낭비를 막는다 해도 상당하나 예산이 소요된다”면서 “법인세 정상화와 초고소득자 증세 등 조세개편 준비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 일각에서 법인·소득세 관련 과표구간 신설 방안이 제기됐는데, 이를 포함해 실효성 있는 조세 개편 방안을 마련하고 보수정권 시기에 왜곡된 조세 형평성 제고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앞으로 한 달 동안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발표, 세제 개편안과 예산 편성 마무리될 예정이다”면서 증세 속도전을 예고했다. 이어 김 부총리는“세제개편안과 정부 예산안 편성과 관련해 당에서 여러 조언과 지도를 해달라”며 당과 긴밀한 정책 공조를 다짐했다.
지난주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발언으로 시작된 ‘부자증세’ 시계는 빠르게 돌아갈 전망이다. 이날 당정협의회를 시작으로 증세가 미칠 경제 파급 효과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한편, 당 정책위원회가 정부가 별도로 구체적인 증세 범위를 정할 방침이다. 이어 이번 주 국무회의와 경제관계장관회의 등을 거쳐 법인세·소득세율 조정을 골자로 한 증세안을 확정하고 다음 달 초 세법개정안에 반영할 계획이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올해 세제개편안은 27일 당정협의를 거쳐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빠져 있던 ‘증세’의 시계가 빨라진 것은 집권 초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밑거름됐다. 지지율이 높은 국정 초반은 난제를 추진하는 데 적기이기 때문이다. 또 이번 증세가 일반 중산층과 서민, 중소기업이 아닌 일부 대기업이나 초고소득자들을 위한 ‘핀셋 증세’라는 점도 명분이 됐다. 세제개편을 통해 세수를 늘려 최저임금 인상으로 필요한 재정과 4차산업 혁명 기초기술 등을 지원, ‘소득주도 성장’을 실현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이를 근거로 청와대와 민주당은 국민 지지도를 앞세워 증세를 밀어붙이면서 증세의 필요성을 어떻게 국민에게 홍보하고 공감대를 이끌어낼지 묘책을 강구하고 있다. 다만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추경 처리 과정에서 여소야대 지형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만큼 증세가 입법화되기까지도 적잖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국민의당, 바른정당과 손을 잡는 ‘신(新)3당 공조’로 증세 난국을 정면 돌파한다는 복안이다. 우선 재원 마련 필요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국민의당·바른정당을 상대로 먼저 적극적인 설득에 나서 공감대를 형성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