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달쏭思] 불변(不變)과 만변(萬變)

입력 2017-08-1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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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上海)에 있었던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옛 청사에 마련된 전시장에는 백범 김구 선생이 귀국하기 전날 휘호한 ‘不變應萬變’이라는 작품이 있다. 變은 ‘변할 변’이다. ‘不變’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萬變’은 수시로 변하여 만 번도 더 변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이 구절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으로 만변하는 것에 대응하자”라는 뜻이다.

백범 선생은 광복 직후 서울에 입성한 미 군정청으로부터 대한민국임시정부를 해체하고 임시정부 주석 자격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입국할 것을 통보받는다. 사실상 임시정부를 뒤엎은 쿠데타 행위이다. 이때부터 일이 꼬였다. 누가 누구의 입국을 허락하고 말고 한다는 말인가?

38선으로 갈린 땅, 남과 북에 미군과 소련군이 들어오면서 좌익과 우익이 대립하고 새로운 정당들이 난립하는 등 혼란은 갈수록 심해졌는데 새로운 나라를 세울 합의된 이념은 바로 서지 못했다. 사회는 동탕(動?)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을 꿰뚫어 본 백범 선생은 귀국 전날의 소회를 ‘不變應萬變’, 즉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으로 만변하는 것에 대응하자”고 쓴 것이다.

여기서 불변은 다른 게 아니라 민족이다. 민족의 평화와 번영을 최우선의 가치로 본다면 남북이 갈라져야 할 이유도 없고 좌익과 우익이 싸워야 할 이유도 없다. 혼란스러운 싸움의 원인 하나하나에 대응하여 해결하려 하면 방법을 찾을 수 없다. 민족이라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하나의 가치로 뭉치는 것이 모든 혼란을 해결하는 지름길이다.

이런 생각을 김구 선생은 ‘不變應萬變’이라는 휘호로 표현한 것이다. 미국도 소련도 좌익도 우익도 다 언젠가는 변할 것이니, 변화하고 말 것에 흔들려 영원히 변하지 말아야 할 ‘민족’이라는 근본이 손상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의미를 강하게 담은 휘호이다. ‘不變應萬變’, 이 시대의 문제를 푸는 데에도 이 말이 유일한 열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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