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장에 손 글씨를 쓰는 것보다 태블릿에 펜으로 메모하는 게 더 익숙해진 요즘, 화이트보드와 펜은 아날로그적인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물건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빈 화이트보드에 자동으로 그림을 그리는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 기업인 킥스타터가 공개한 자동 드로잉 기술 기업 ‘조토(Joto)’ 이야기다.
조토는 실물 펜이 화이트보드 위를 자동으로 지나다니면서 그림, 메시지 등을 그려낸다. ‘실물 펜이 사용된 최초의 연결 디스플레이’가 조토를 수식하는 말이다. 일명 스마트 화이트보드인 셈이다. 조토는 구글 캘린더, 메신저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과 연동해 디지털로 존재하는 이미지와 메시지를 화이트보드 위에 구현한다. 알아서 지우고 알아서 그리는 기술이 탑재돼 있다. 명화와 같은 그림을 따라 그릴 수도 있다. 화이트보드는 벽에 걸 수 있기 때문에 매일 명화를 전시하고 싶다면 199달러(약 22만 원)을 내고 조토를 구매할 만하다고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더버지는 전했다. 조토는 내년 3월 말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조토의 짐 로즈 공동 창업자는 그래픽 디자이너였다. 그는 기계 공학과 제품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는데 쇼윈도에 전시된 상품들은 어딘지 모르게 독창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제품 디자인에 흥미를 잃은 그는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토의 핵심 기술인 ‘딱따구리(Woodpecker)’ 기술을 발명했다. 이 기술은 펜이 주는 아날로그 방식과 그 특유의 감수성이 장점으로 꼽힌다.
로즈 대표는 “일반적으로 조토와 비슷한 기술들은 단순히 평평한 종이 위에서만 가능하다”며 “조토는 다르다”고 단언했다. 그는 “화이트보드 위에서 펜이 움직이고, 그림을 모방해서 그릴 수 있다는 것은 매번 멋진 작품을 벽에 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토가 대형 프린트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로즈는 “조토는 프린트처럼 위에서부터 아래로 한 줄씩 체계적으로 작동하는 게 아니라 자유롭게 유선형으로 화이트보드 위를 지나다닌다”고 설명했다.
조토의 쓰임새는 로즈 대표의 말처럼 디스플레이 기능이다. 대기업들이 로즈 대표에게 화이트보드를 더 크게 만들어 회사 로비 등에 설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로즈 대표는 “조토는 앞으로 더 다양한 용도로 쓰일 것”이라면서 “356일 매일 다른 예술작품을 걸 수 있다는 사실이 흥분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