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철강업계 지각변동…독일 티센크루프·인도 타타스틸 합병, 유럽 2위 철강업체 탄생

입력 2017-09-21 09:24 수정 2017-09-2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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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4억~6억 달러 비용절감 효과…중국의 과잉생산 여전히 골칫거리될 듯·감원 4000명 불가피

글로벌 철강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독일 티센크루프와 인도 타타스틸이 유럽사업부 합병에 합의하면서 아르셀로르미탈에 이은 유럽 2위 철강업체가 탄생하게 됐다고 2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수 년째 중국의 공급과잉에 시달려온 유럽 철강업체들이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FT에 따르면 양사는 1년 넘게 협상을 벌인 끝에 이날 50대 50 지분의 새 합작사 설립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새 합작사는 ‘티센크루프 타타스틸’로 사명이 정해졌으며 타타의 이유무이덴 제철소가 있는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지주회사 형태로 경영이 이뤄지게 된다. 타타의 네덜란드 제철소는 유럽에서도 가장 효율이 좋은 곳으로 꼽혀왔으며 오랫동안 티센크루프가 탐을 냈던 곳이다. 또 이 곳은 티센크루프의 독일 뒤스부르크 제철소와 약 200km 거리에 있어 공동작업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새 합작사는 연간 약 150억 유로(약 20조1570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며, 직원 수는 유럽 전역 34곳에서 4만8000명에 이르게 된다. 연간 철강 생산량은 2100만t이다. 합병을 통한 비용절감 규모는 연간 4억~6억 유로에 이를 전망이다.

양사는 내년 초 정식 합병 계약서에 서명하고 같은 해 말까지 합병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들은 2020년까지 생산망을 재점검해 통합과 생산전략 최적화를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인리히 히싱어 티센크루프 최고경영자(CEO)는 “합병은 양사 모두에 지속 가능한 미래를 제공하고 유럽 철강부문이 직면한 과잉공급 문제에 맞설 수 있게 할 것”이라며 “파트너 각자가 짊어진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양사가 합병에 이르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의 철강 과잉생산이다. 합병 이후에도 이 문제는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합작사 설립 이후 비용 절감 차원에서 행정 부문에서 2000명, 생산에서 2000명 등 총 400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티센크루프의 귀도 케르크호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중국의 수출에 유럽 상황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며 “중국의 과잉생산량은 여전히 유럽과 미국의 수요를 합한 것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RBC캐피털마켓은 중국 정부가 과잉생산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현지 철강생산량은 지난 8월에 전년 동월 대비 9% 늘어난 7460만t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UBS에 따르면 유럽 철강업체들의 t당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은 2008년 3분기에 215유로로 정점을 찍고나서 지난해 1분기에 46유로로 추락했다. 올 초 이 수치는 83유로 근처에서 움직였다.

티센크루프는 이번 딜(Deal)을 통해 변동성이 큰 철강 부문 대신 번창하고 있는 엘리베이터와 잠수함, 자동차 부품 등의 사업에 더 집중할 기회를 얻게 됐다고 FT는 전했다. 히싱어 CEO는 “우리가 철강사업을 분리시키거나 아예 없애기를 원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타타스틸은 지난해 3월 영국에서의 철수를 선언하면서 빚어진 불확실성에서 벗어나게 됐다. 영국 정부가 타타스틸의 선언에 놀라 연금법 개정 등의 온갖 당근책을 제시한 끝에 타타스틸은 영국 최대 제철소인 포트탤벗을 매각하지 않기로 하고, 대신 티센크루프와의 합병 논의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 타타스틸의 코우식 차터지 이사는 “이번 합병으로 우리의 부채를 뚜렷하게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시장도 양사 합병 소식에 환호했다. 티센크루프의 주가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서 3.2% 급등했고 타타스틸은 영국 런던증시에서 1.9%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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