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과연 한·중 간 통화스와프는 연장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독도 문제를 빌미로 개설 14년 만에 종료됐던 2015년 2월 한·일 통화스와프를 떠올리기도 한다. 정치적인 상황이 경제 문제 내지 보복으로까지 확산된 데 따른 데자뷔가 될 수 있어서다. 당시 한·일 양국은 상대방이 먼저 연장 협상을 제의하면 고려해볼 수 있다는 자존심 싸움까지 벌이기도 했었다.
한·중 통화스와프는 원화 64조 원과 위안화 3600억 위안(달러 환산 시 560억 달러) 규모로 2008년 12월 12일 체결을 발표하고, 2009년 4월 20일부터 시행된 바 있다. 당초 2012년 4월 19일까지 3년이던 한·중 통화스와프 기간은 이후 양국 경제의 안정과 발전, 양자 간 무역 촉진 등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며 오늘날까지 연장돼 왔다.
실제 한·중 통화스와프는 그간 역내 무역과 환율시장 활성화는 물론 양국 통화의 국제화 초석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2014년 5월 30일 ‘한·중 통화스와프 자금 무역결제 지원제도’를 활용해 최초로 원화 통화스와프 자금 대출을 중국 교통은행에 실시했다. 또 원·위안화 직거래시장이 2014년 12월 서울을 시작으로 2016년 6월 상하이에 개설되는 발판이 됐다.
원·위안화의 대고객 및 은행 간 일평균 거래량은 원·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 직후인 2015년 1분기(1~3월) 13억9000만 달러에서 올 2분기 19억1000만 달러로 확대되는 중이다. 아울러 대중국 수출 중 위안화 결제 규모와 비중도 2015년 1분기 6억5810만 달러, 1.9%에서 지난해 4분기 23억3760만 달러, 6.7%로 급증한 바 있다.
중국도 올해부터 위안화 환율 바스켓에 원화를 추가하면서 그 비중을 10.8%로 결정하기도 했다. 이는 달러화와 유로화, 엔화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비중이다. 중국 측에서도 위안화 국제화의 발판으로 원화를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일단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 논의는 실무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인다. 자존심 싸움으로 협상테이블에 앉지도 못했던 한·일 통화스와프 종료 때와 다르기 때문이다.
반면 2014년 10월 10일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 시 양국 정상까지 나서 그것도 일찌감치 확정 지었던 때와는 사뭇 다르다는 점은 부정적이다. 이달 초 인천 송도에서 열린 한·중·일 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양국 총재가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관련해 의미 있는 논의가 오간 것 같지도 않다. 3국 간 회의라는 점에서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 문제는 의제도 아니었다.
협상 당사자인 한국은행은 정치적인 상황까지 겹치면서 극히 말을 아끼는 상황이다. 지난달 31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를 묻는 질문에 이주열 한은 총재는 “협상의 문제이고, 상대국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 진행 상황을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다소 민감하게 반응했다. 한은 고위관계자 역시 협상 진척 상황에 대해 최근까지도 “확인해 줄 수 없다, 노코멘트”라는 말만 반복해 왔다. 다만 한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어느 가능성이 많다 적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단할 수 없다. 조금만 기다려 봐 달라. 열심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급적 관심을 갖지 말아 달라는 한은의 입장도 일견 이해는 간다. 자칫 우리만 아쉽다는 입장으로 비칠 수 있어서이다. 다만 이 대목에서 우려되는 점은 한은을 비롯한 정부가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 협상에 수세적으로 임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것이다.
한·중 통화스와프는 평상시엔 별 효용이 없던 한·일 통화스와프와는 또 다른 차원이다. 한국은 물론 중국에도 실익이 큰 만큼 남은 협상 기간 당당히 임해줄 것을 촉구한다. 한·아랍에미리트(UAE) 통화스와프가 연장 협상을 이유로 만기 1년이 돼 가는 현재까지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 비춰 보면 협상을 꼭 만기일까지 해야 한다는 것도 아닐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