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시작된 자전거 공유 바람이 싱가포르를 비롯해 동남아 국가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중국 자전거 공유서비스 업체들은 동남아 지역의 성장 가능성에 베팅하며 잇달아 진출에 나서고 있지만 극복해야 할 지역적 장벽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동남아 지역은 ‘자전거 불모지’로 통했다. 고온다습한 동남아 기후로 인해 자전거 이용률 자체가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자전거로 운동도 하고, 자가용 이용을 줄여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다는 일거양득의 장점 때문에 출근시간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어났지만, 날씨가 더워 출퇴근 시간에 자전거를 이용하려는 직장인들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를 의식한 듯 중국 오포(ofo) 등 일부 자전거 공유 서비스 업체들은 태국 등 동남아 지역에서 대학 캠퍼스를 중심으로 젊은 층을 공략하고 있다.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들이 더운 날씨에 버스를 기다리는 대신 자전거를 타도록 유도하려는 것이다. 오포는 태국에서 9월 말까지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10월부터는 30분당 5바트(약 170원) 이용료를 받고 있다.
동남아 국가 대부분이 중국보다 도로가 넓지도 않고, 자전거 관련 인프라가 아직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곳이 많다는 것도 문제다. 중국과 달리 동남아 국가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없는 곳이 많고, 기존 도로도 움푹 팬 곳이 많다.
실제로 지난해 네덜란드 내비게이션 업체 ‘톰톰’이 전 세계 교통 체증 조사를 벌인 결과, 태국 방콕은 174개국 가운데 교통체증 순위 2위, 3위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였다. 자카르타는 물론 베트남 하노이 등 동남아 주요 도시는 대중교통 시스템이 잘 정비돼 있지 않다.
중국에서 공유자전거는 이용자가 원하는 장소를 택해 자전거를 탈 수도, 반납할 수 있지만 동남아에서는 도로와 주차 공간이 좁아 자전거 승·하차하기엔 제약이 뒤따른다. 가뜩이나 도로 사정이 복잡한 동남아 지역에서 공유자전거가 길가에 방치될 경우 자전거가 교통안전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싱가포르 당국은 공유자전거 관련 가이드를 만드는 등 규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다른 동남아 국가도 공유 자전거의 급성장에 따라 규제에 나설 여지는 충분하다. 게다가 차량 정체를 피해 발전한 동남아 특유의 오토바이 문화도 자전거 공유 경제가 정착하기 어려운 요소로 손꼽힌다.
이러한 문제가 자주 거론되자 일부 업체들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전거 주차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모바이크와 오포는 공유자전거 공급과 수거 등 관리를 위해 지오펜싱(geofencing) 기술을 도입했다. 지오펜싱 위치기반 서비스는 지도상 가상의 울타리로 영역을 설정해 영역 내 진입·진출 등 고객의 현재 위치 및 이동에 따라 상황에 맞는 혜택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러한 여러 지역적 특성에도 자전거 공유 서비스 업체들은 여전히 동남아 지역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경제성장 속도만큼이나 인프라 개발 속도도 빨라 자전거 관련 인프라도 비교적 빨리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동남아 지역의 인프라 개발을 위한 금융이 발전하고 있으며 각국의 보험회사와 연기금들이 아시아 인프라 프로젝트에 관심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