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기업이 자체적으로 이런저런 다양한 시도를 통해 실패를 축적하면서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의 조건이 똑같다는 얘기이다.
다른 게 있다면 몸집 차이, 결국 자본력 차이가 있다. 결국 자본력 차이는 아이디어와 도전을 통해 경험치를 쌓아가면서 극복해야 한다.
그런데 기존 전통 산업과 똑같은 규제의 잣대를 적용받다 보니 시도조차 하기 어렵게 자꾸 발목이 잡힌다는 게 업계의 볼멘소리이다.
IT업계에서는 “구글이나 페북 같은 글로벌 기업 대비 역차별받고 있다”면서도 “그냥 우린 차별이냐 역차별이냐의 문제보다 오히려 형평성이라는 잣대를 적용받고 싶다”고 말한다.
국내 IT기업들이 최근 들어 글로벌 기업과의 역차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잇달아 표출하고 있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 임지훈 카카오 대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등 업계 대표들은 기회가 닿을 때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달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들 주장의 요지는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등이 국내에서 얼마를 버는지도 파악되지 않다 보니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연간 수백 억원씩 통신망 이용료를 내는 국내 IT업계와 달리 이들 외국계 기업은 국내 통신망을 공짜로 이용하면서 확충 비용까지 국내 통신사에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형평성이나 역차별을 문제 삼는 것은 IT기업뿐만이 아니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영세상인 보호를 위해 복합쇼핑몰을 규제하겠다는 국회 움직임에 대해 “의무휴업을 실시하고 출점을 규제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따르겠다”면서도 “왜 이케아에는 똑같은 룰을 적용하지 않느냐”고 역차별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로 이케아 매장을 가 본 사람이라면 안다. 이케아를 유통 매장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걸. 가구가 주력 상품이긴 하지만 인테리어 소품, 주방용품, 식자재 등 다양한 상품이 갖춰져 있으며 매장 내에 식당까지 있다 보니 이용자 입장에서는 신세계나 롯데 복합몰과 거의 차이가 없다.
국내 대기업 빵집 프랜차이즈 업체는 동반 성장, 출점 제한 등의 규제로 인해 몇 년째 국내 출점이 거의 막혀 있다. 그러는 사이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프랑스, 일본 등 외국계 프랜차이즈 빵집들은 최대 수십 개씩 국내 매장을 늘렸다.
여기에다 IT기업으로 대표되는 첨단 산업이나 유통업으로 대표되는 전통 산업의 경계 자체가 허물어지고 있다. 기술의 발전은 인접 산업 분야와 유통 경로 간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면서 전통 기업과 신생 IT기업 간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서로 경쟁 구도로 바뀌게 됐다. 아마존이 대표적인 사례이고, 국내에서도 카카오나 네이버가 기존 전통 산업에 속속 발을 들여놓고 있다.
유럽 최대 컨설팅업체인 롤랜드버거는 4차 산업혁명이 제조업의 주도권을 미국과 아시아에 빼앗긴 유럽에서 제조업 주도권을 회복하기 위해 처음 촉발된 이슈라고 했다. 즉 ‘제조업의 복권’이라는 맥락에서 볼 때 4차 산업혁명은 전통기술에 IT 신기술을 접목해 기존 기술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라는 얘기이다.
급격한 기술 혁신은 예측 불가능한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세상을 바꾸고 있고 우리의 미래도 바꾸고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첨단 산업과 전통 산업의 경계가 사라지고 전 세계 기업들은 국경 없이 사업할 수 있다.
이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정부가 과거의 패러다임을 기준으로 기업에 규제의 칼날을 들이댄다면 결코 국가 경쟁력이 향상될 수 없다. 거대한 변화의 파고 속에서 우리의 산업 구조를 성공적으로 재편해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급선무이다. 역차별에 대한 불만을 교통정리해 우리 기업의 운동장을 바로 세워주는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