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김예솔(27) 먼슬리코스메틱 대표는 “기존 화장품은 로션, 에센스, 아이크림, 크림 등 복잡한 단계로 나뉘는데 화학 원료가 너무 많을뿐더러 핵심 성분들이 제품별로 불필요하게 나뉘어 있다”며 “내 피부에 가장 좋고 간편한 화장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회사가 5월에 출시한 동명의 브랜드 먼슬리코스메틱(Monthly Cosmetics)의 맞춤형 유기농 크림은 입소문을 타고 반년 만에 1만여 명에 이르는 ‘화장품 구독자’를 불러 모았다. 김 대표는 유기농 화장품은 많지만 주로 유·수분 밸런스만 조절해줄 뿐 ‘기능성’은 없다는 점에 착안해 차별화 포인트를 찾아냈다. 지난 3년간 10만 번 이상 시제품 테스트를 거쳐 100% 유기농 원료로만 만든 맞춤형 기능성 크림을 개발해냈다. 그는 “기성 화장품들을 분석하면 기능성 원료를 미량만 넣고도 미백·주름 기능성이라는 과장 광고가 많다”면서 “먼슬리코스메틱은 유기농이지만 식약청 기준 아래 좋은 성분을 아끼지 않고 넣는다”고 자랑했다.
김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화장품 원료 거품뿐만 아니라 가격 거품도 빼고 싶었다며 “가격도 착하다”고 말한다. 그는 “여성은 평균 매월 약 11만 원의 화장품 비용을 지출하는데, 설문조사를 해보니 화장품에 대한 합리적 지출선이 월 2만~3만 원대라고 판단했다”며 “당분간은 이 가격을 유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판매였다. 화학 방부제나 보존제마저 한방 재료로 대체했기 때문에 기존 화장품처럼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사용할 수 없었다. 여러 차례 실험 결과 40일 안에 쓸 때 가장 효과가 좋았다. 새로운 유통 방법을 고안해야 했다. 고심 끝에 화장품을 한 달 용량(40ml)으로 나눠 매월 정기적으로 배달해주는 ‘정기구독(Subscribtion)’ 모델을 생각해냈다. ‘맞춤형 화장품 정기구독’ 모델은 국내 최초였다.
김 대표는 대학 4학년이던 2013년 창업을 했고, 2014년에 사업자등록을 했다. 화장품과는 거리가 먼 정치외교학 전공인 탓에 원료를 찾아 제조업체를 돌아다니면서 화장품 제조법을 처음부터 물어가며 배웠다. 원료와 아로마에 대한 전문가 과정도 2년간 이수했다. 대학 때 모은 돈을 고스란히 털어 서울에 제조공장을 세우는 과정도 학생 신분으로는 쉽지 않았다. 지켜야 할 규제도 하나하나 공부했고 식약처에서 인증하는 도구와 원료실 기준을 맞추는 데도 힘을 쏟았다. 초기엔 공장에 틀어박혀 가장 효과적인 화장품 조합을 만들기 위해 10만여 번의 샘플을 만들며 시행착오를 경험했다.
이렇게 개발한 화장품이 올해 3월 처음 시장에 선보였다. 와디즈 오픈 2시간 만에 목표 금액을 달성한 데 이어 온라인 및 모바일 사이트도 오픈, 지난달 기준 회원 수 3만 명을 돌파했다.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고 퍼져 나가고 있지만 회사는 SNS나 뷰티크리에이터 마케팅 외에 앞으로도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쓰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먼슬리코스메틱은 인기 있는 광고 모델도 사용하지 않고 도자기 용기도 쓸 수 없지만 불필요한 비용을 최소화해 소비자에게 돌려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먼슬리코스메틱의 ‘맞춤형 화장품’은 7000여 종류에 이른다. 유·수분 밸런스와 기능성을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 먼슬리코스메틱의 크림에는 평균 16가지 정도의 성분이 포함된다. 피부 타입에 따라선 유·수분 밸런스 단계를 섬세하게 구분한 제형을 만들고 성별에 따라서도 남성용 화장품에는 피부 진정과 애프터쉐이브 기능이 있는 베이스와 성분을 함유시키는 식이다. 김 대표는 일주일 중 절반을 공장에서 보내며 직접 생산을 총괄한다.
김 대표가 공들여 구축한 개발·제조 과정이 복잡한 만큼 먼슬리코스메틱의 화장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은 더 편리해졌다. 이용자는 먼슬리코스메틱 웹페이지에서 온라인 피부진단 테스트를 통해 성별, 6가지 피부타입, 8가지 피부 고민에 대해 응답한 후 알러지 등 특수사항이 있으면 카카오톡 개별 상담을 거쳐 맞춤형 화장품을 디자인한다. 화장품은 주문이 들어온 후 제조를 시작해 집 앞까지 배달된다.
이용 고객들이 쌓이면서 피부 DB도 쌓이고 있지만 먼슬리코스메틱은 앞으로도 레디메이드 베스트셀러 화장품은 만들지 않을 계획이다. 김 대표는 “기존 화장품 산업의 불합리성과 마케팅 의존성을 극복하고 내 피부에 딱 맞는 신선한 화장품을 만든다는 먼슬리코스메틱의 철학에 따라 기성 제품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면서 “먼슬리코스메틱을 매달 집에서 편하게 받아 보는 고객이 10만 명이 될 때까지 열심히 달리겠다”며 환하게 웃었다.